나는 해명하길 피했고 내가 창조했던 비열한 괴물에 관해서는 계속 침묵을 지켰습니다.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 영영 혀를 사슬로 묶어놓았습니다. 이 치명적인 비밀을 털어놓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했을 텐데 말입니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327

한때는 미덕과 명성과 기쁨을 꿈꾸며 내 상상을 달랬어요. 한때는 이 외모를 참아주고 내가 보이는 훌륭한 자질들을 사랑해줄 존재들과 만나고 싶다는 헛된 희망을 품었습니다. 명예와 헌신이라는 고차원적 생각에서 양분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죄악 때문에 가장 미천한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했소. 어떤 범죄도, 어떤 악행도, 어떤 악의도, 어떤 불행도 나에 비할 수 없습니다. 내가 저지른 끔찍한 짓들을 하나씩 돌이켜보면, 한때 숭고하고 초월적인 미와 장대한 선의 비전으로 생각이 꽉 차 있던 존재였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 말은 사실입니다. 타락한 천사가 사악한 악마가 되는 법이지요. 하지만 신과 인간의 원수들조차 외로움을 나눌 벗과 동료가 있소. 그러나 나는 철저히 혼자요.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397

당신이 아무리 처참하게 부서졌다 한들, 내 괴로움이 당신보다 아직 훨씬 크니까. 회한의 쓰라린 가책은 죽음이 영원히 상처를 덮어버리지 않는 한 상처 속에서 끝없이 곪아갈 테니까."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400

메리 셸리는 ‘갈바니즘’(galvanism, 생체전기로 생명 활동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려 한 이탈리아의 해부학자이자 생리학자 갈바니의 이론—옮긴이)이라는, 당시로는 첨단인 과학 이론을 적극 활용하여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가져올 가능성과 이에 따르는 윤리와 책임이라는 철학적 담론을 ‘생명의 창조’라는 독창적인 이야기에 엮어 기괴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냈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403

『프랑켄슈타인』은 전기, 화학, 해부학, 생리학 등의 발달 및 당시 과학자들의 생명 창조에 대한 고민을 배경으로 하는 셈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초판 서문에서도 셸리는 소설의 바탕이 되는 사건이 "다윈 박사를 포함해 독일의 몇몇 생리학자들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온 것이며 상상이 기초가 된 소설이지만, "순전한 상상으로만 초자연적 공포 이야기를 짜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405

소설의 배경은 북극이다. 19세기 사람들에게 북극은 오늘날 우주 공간이나 다름없이 미개척지였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의 과학자(프랑켄슈타인은 20세기 대중문화를 통해 괴물 이름으로 알려졌으나 원래는 소설의 주인공인 과학자의 이름이다—옮긴이)가 시체를 조합해 소위 ‘인조인간’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신을 벗어나 생명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과학적 사고방식의 산물이다. 과학자가 인조인간을 만든 방법도 당시 최신 기술이었던 ‘전기’였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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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현대판 프로메테우스"가 보여주듯 『프랑켄슈타인』은 현대적 신화나 책임에 대한 우화로 읽을 수 있다. 창조주(신)와 피조물(인간), 부모와 자식, 예술가와 예술 작품, 혹은 과학자와 발명 및 발견 간의 윤리적인 관계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 때문이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408

역자 또한 소설을 읽으면서 과학의 경이로움과 자연 풍광의 숭고함을 예찬하고 단란한 가정의 소중함을 역설하다 생명체를 만든 후 회한과 원한에 사로잡혀 길길이 날뛰는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보다는, 이야기 구조상 일정한 틀에 갇혀 있으나 그 틀을 뚫고 나오는 괴물의 사연이 훨씬 아름답고 처연하며 설득력 있고 비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소설이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과학자에 대한 경고를 넘어서는 다층적 텍스트가 된 까닭은 이 괴물의 서사 덕택이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410

낭만주의 시대라는 역사적 배경을 근간으로 나오는 일반적인 해석에 따르면, 이 소설은 인간 내부에 억압되어 있던 무의식이 실체화되어 주인에게 모반을 일으키는 ‘분신’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본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410

사실, 괴물은 이름이 없고 소설에서 ‘그것’(it)으로만 지칭된다. 이름 없는 피조물 ‘it’은 독일어로는 ‘es’, 즉 프로이트가 인간 정신을 분석하면서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의식을 가리키는 데 쓴 말과 같다. 그렇다면 괴물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은 ‘의식’으로, 이름 없는 피조물은 ‘무의식’으로 짝지어볼 수도 있다. 18세기의 계몽사상, 근대적 합리주의와 이성이 프랑켄슈타인의 영역이라면 무의식은 초자연이나 미신 같은 신비주의나 폭력 혁명을 가리킨다. 창조자와 피조물 간의 대립은 의식과 무의식의 갈등을 상징하고, 괴물은 근대 합리주의에 반기를 든 존재를 상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괴물은 제도화된 문명사회에 물들지 않은 순결한 존재이기도 하다. 루소를 비롯한 낭만주의자들이 동경한 ‘고귀한 야만인’, 원시의 유토피아적 자연 상태를 간직한 반문명적 존재인 셈이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411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이라는 개념이 막 자리 잡기 시작한 19세기,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경외와 기대, 공포가 어우러진 훌륭한 SF소설일 뿐 아니라, ‘차별받는 소수자’인 괴물에 대한 진보적, 페미니즘 서사이기도 하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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