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움직이는 거대한 빙하를 처음 보았을 때 받은 인상을 기억하고 있었지요. 처음 본 빙하의 모습은 숭고한 황홀감으로 나를 휘감았고, 그 황홀감은 영혼에 날개를 달아 흐릿한 세상에서 빛과 기쁨의 세계로 비상하게 했습니다. 경이롭고 장엄한 자연 풍광은 늘 내 정신을 차분하게 했고, 인생의 지나가는 근심을 잊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산행은 혼자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길을 잘 알았을 뿐 아니라 동행이 있으면 풍광의 고독한 장관을 놓칠 수 있어서였습니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161
아아! 대체 왜 인간은 짐승보다 감수성이 우월하다고 뽐내는 것일까요. 그것 때문에 더 의존적인 존재가 되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인간의 충동이 배고픔과 목마름과 성적 욕망에만 있다면 다른 것에 의존할 필요가 거의 없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 텐데요. 하지만 인간은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 우연한 말 한 마디나 그 말이 전하는 풍경에도 마음이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163
누워 잠을 잔다. 꿈은 잠을 독살한다.
깨어난다. 떠도는 생각에 하루가 더러워진다.
느끼고 상상하고 생각한다. 웃거나 운다.
가망 없는 슬픔을 껴안거나, 근심을 떨쳐버린다.
다 마찬가지다. 기쁨이건 슬픔이건
그들이 떠나는 길은 여전히 자유다.
인간의 어제는 내일과 다르리니
영원한 것은 변화무쌍함뿐!*
*Percy Bysshe Shelley(1792~1822). 메리 셸리의 남편인 퍼시 셸리의 시 〈무상에 관하여〉에서.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163
놈이 다가왔습니다. 얼굴에는 경멸과 악의에 쓰라린 번민이 드러나 있었고, 이 세상 것이 아닌 추한 몰골은 사람 눈으로는 볼 수 없을 만큼 무시무시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녀석의 모습을 보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분노와 증오 때문에 처음엔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분노 가득한 혐오와 경멸을 표현하는 말로 놈을 압도하겠다는 일념으로 마음을 가다듬었지요.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165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소." 악마가 말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흉측한 자들을 미워하니까. 그러니 내가 얼마나 밉겠소. 나는 살아 있는 온갖 것보다 훨씬 더 흉측하니 말이오! 하지만 나를 창조한 당신이 피조물인 나를 혐오하고 거부하는군요. 우리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끊을 수 있는 끈으로 묶여 있는 나를 말이오. 당신은 나를 죽일 작정이군요. 감히 어떻게 생명을 갖고 그렇게 장난을 칠 수 있소? 나에게 당신의 의무를 다한다면 나 또한 당신과 인간에게 의무를 다하겠소. 당신이 나의 조건에 동의한다면 당신과 인간들을 평화로이 둘 것이오. 하지만 내 조건을 거절한다면 죽음의 심연처럼 떡 벌어진 입을 채울 작정이오. 당신의 남은 친구들이 흘린 피로 내 굶주림이 사라질 때까지."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166
"진정하시오! 저주받은 내 머리에 증오를 쏟아붓기 전에 먼저 내 말을 들어주길 청하오. 그동안 내가 겪은 고통이 모자라서 불행을 더하려 하는 거요? 삶이 고뇌로 켜켜이 쌓인 것이라 해도, 내게는 귀한 것이니 지킬 생각이오. 잊지 마시오. 날 당신보다 더 강한 존재로 만든 건 바로 당신이라는 사실을 말이오. 키도 더 크고 관절도 탄력이 있소. 그래도 당신에게 대적하겠다는 유혹에 빠지지는 않을 거요. 나는 당신의 피조물이니, 내 본래의 왕이자 주인인 당신에게 심지어 순하게 복종까지 할 생각이오. 당신 역시 제 역할을 해준다면 말이오. 오, 프랑켄슈타인, 다른 모든 이들을 공정하게 대우하면서 나 하나만 짓밟지는 말아주시오. 나야말로 누구보다 그대의 공정함, 심지어 관대함과 사랑을 받아 마땅한 존재란 말입니다. 기억해주시오. 나는 당신이 만든 존재라는 것을. 나는 당신의 아담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타락한 천사가 되어버렸소. 그대는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내게서 기쁨을 박탈했어요. 더없는 행복이 보이는 온갖 곳에서 나 혼자만 돌이킬 수 없이 배척을 당하고 있소. 원래 나는 어질고 선했소. 불행 때문에 악마가 된 겁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시오, 그러면 다시 선한 자가 되겠소."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168
"어떻게 해야 당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단 말입니까? 이렇듯 당신의 선함과 연민을 간청하는 그대의 피조물을 호의로 볼 수 없단 말인가요? 나를 믿어주시오, 프랑켄슈타인. 나는 착한 존재였고, 나의 영혼은 사랑과 인간애로 빛났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혈혈단신, 비참한 고독에 빠져 있지 않습니까? 나의 창조주인 당신이 나를 증오하는데, 내게 하등 빚진 것 없는 당신의 동족에게서 무슨 희망을 본단 말입니까? 그들은 나를 발길로 차고 미워합니다. 나의 안식처는 불모의 산과 음울한 빙하뿐입니다.
수많은 나날 이곳을 헤맸소.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얼음동굴이 내겐 거처이자, 인간이 불평하지 않는 유일한 곳입니다. 이 음울한 하늘조차 환호로 맞이할 지경이오. 차라리 하늘이 당신 동족보다 내게 친절하기 때문이오. 많은 사람이 내 존재를 알게 된다면 당신처럼 무장하고 나를 죽이려 들 겁니다. 그런데도 나를 증오하는 그 사람들을 미워하지 말아야 합니까? 원수와 사이좋게 지낼 생각은 없소. 나는 지금 불행하고, 그들도 내 불행을 나눠 가지게 될 거요. 하지만 당신이 내게 배상하면 사람들을 악에서 구할 수 있소. 그게 아니라면 당신이 일을 크게 키우는 셈이 될 거요. 분노의 회오리가 당신이나 당신 가족 그리고 수천 명에게 몰아닥쳐 집어삼킬 거요. 나를 불쌍히 여기고 멸시하지 마시오. 부디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오.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를 버리건 불쌍히 여기건 원하는 대로 판단을 내리시오. 하지만 그 전에 이야기를 들어주시오. 인간의 법은 아무리 잔혹한 죄인에게도 변론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까.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시오, 프랑켄슈타인. 당신은 나를 살인자로 기소해놓고도, 법의 심판을 기다리지도 않고 양심의 가책 하나 없이 당신이 만든 피조물을 파멸시키려 하는군요. 오! 이토록 영원한 인간의 정의라니! 날 살려달라는 게 아니오. 그저 내 말을 들어달라는 것입니다. 그저 내 말을 들어보고, 그렇게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다면 당신 손으로 창조한 작품을 죽이면 그만이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170
깨어나니 어두웠어요. 춥고 적막하게 혼자 있으니 본능적으로 좀 두려웠소. 당신이 지내던 집을 나오기 전에 추위를 느끼고 천으로 몸을 덮었지만, 밤이슬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소. 나는 가엾고 무기력하고 비참한 존재였소. 알고 분간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고 온몸을 공격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느낌뿐이었어요. 나는 아무것도 몰랐고, 분간할 수도 없었소. 고통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주저앉아 펑펑 울어댔소.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174
자연의 매혹적인 풍광에 내 영혼은 잔뜩 들떴소. 과거는 기억에서 지워지고 현재는 평온했으며 미래는 희망의 환한 햇살과 기쁨을 향한 기대로 금빛 찬란했다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196
책은 세상 다양한 나라들의 관습과 정부, 종교에 관해 통찰을 주었소. 게으른 아시아인, 그리스인의 놀라운 천재성과 정신 활동, 초기 로마인이 치른 전쟁들과 이들의 경이로운 미덕—그리고 이 강력한 제국이 이후 쇠퇴와 몰락을 겪은 사연—과 기독교의 기사도와 왕들에 관한 것도 알게 되었소. 유럽 반대편에 있는 아메리카를 발견한 일에 관해서도 들었는데, 그곳 원주민의 불행한 운명에 대해서는 읽으면서 사피와 함께 울었소.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203
이런 말들을 알면서 나 자신에게 눈길을 돌리게 되었소. 당신 동족인 인간들이 가장 높이 치는 소유물은 부와 결합한 순수하고 고귀한 혈통이더군요. 부나 혈통 중 하나만 있어도 존경은 받지만, 둘 다 없다면 매우 드문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선택된 소수의 이익을 위해 힘을 탕진할 운명에 처한 부랑자나 노예로 간주되더이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205
그렇다면 나는 무엇이었던가? 나는 내 창조와 창조주에 관해 완전히 무지했소. 내게는 돈도 친구도 어떤 종류의 재산도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소. 게다가 나는 흉측한 기형에 혐오스러운 외모를 부여받았소. 심지어 인간이 가진 본성조차 내게는 없었지요. 인간보다 더 민첩하고 하잘것없는 음식으로도 연명하는 일은 할 수 있었습니다. 혹한과 혹서에 견디는 힘도 더 컸소. 키도 인간보다 훨씬 컸소. 주위를 보아도 나 같은 존재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소. 그렇다면 나는 세상의 한 점 얼룩에 불과한 괴물일 뿐인가? 인간 누구든 보면 달아나는 존재, 연을 끊어버린 존재였나?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205
지식에는 얼마나 기이한 성질이 있는지요! 이미 알게 된 것은 바위에 붙은 이끼처럼 머릿속에 들러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오. 이 모든 생각과 감정을 떨쳐내고 싶을 때도 있었소. 하지만 고통을 극복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죽음이라는, 두렵지만 이해할 수 없는 상태임을 알았지요.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206
다행히 책들은 내가 오두막에서 익힌 언어로 되어 있었소. 『실낙원』과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한 권 그리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소. 이 귀중한 보물들을 얻게 되어 무척 기뻤소. 이제 내 친구들이 일상의 일에 몰입할 동안 나는 이 책들을 공부하고 지적 능력을 닦았소.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219
나는 번민에 빠져 "내가 생명을 얻은 그날이 증오스럽다!"라며 울부짖었소. "저주스러운 창조자! 어째서 당신조차 역겨워 등을 돌릴 만큼 흉악한 괴물을 빚었습니까? 신은 연민을 갖고 자기 모습을 따라 아름답고 매혹적인 존재로 인간을 창조했소. 그러나 내 모습은 당신의 추악한 부분을 닮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끔찍하오. 사탄에게는 그를 숭배하고 격려해줄 동료 악마들이 있었지만, 나는 고독할 뿐 아니라 혐오의 대상일 뿐이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224
밤이 더 깊어지자 숲에서 강한 돌풍이 일어나 하늘에서 어슬렁거리던 구름을 순식간에 흩어버렸소. 세찬 눈사태처럼 휩쓰는 돌풍이 내 영혼에도 어떤 광기 같은 것을 일으켜 이성과 사고의 경계를 모조리 파괴해버리더군. 마른 나뭇가지에 불을 붙이고는 저주스러운 오두막 주위를 분노에 가득 차 춤추듯 돌았소. 두 눈은 서쪽 지평선에 고정한 상태였소. 지평선 끝에 달이 살짝 걸쳐 있더군. 달이 마침내 완전히 지평선 뒤로 숨자 나는 불붙인 가지를 흔들었소. 달이 졌고 나는 크게 절규하며 모아놓은 짚과 히스 관목 가지들과 덤불에 불을 붙였소. 바람이 불을 부채질한 통에 오두막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고 오두막에 들러붙은 불길은 파국으로 갈라진 혀처럼 집을 핥아댔소.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240
나는 고독하고 불행합니다. 사람들은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나처럼 흉측하고 끔찍하게 생긴 존재라면 날 거부하지 않겠지요. 내 동반자는 나와 똑같은 종족에 똑같은 결함이 있어야 합니다. 당신은 그런 존재를 창조해야 하오. -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356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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