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워크숍 전날 홍대 타투 숍에 가서 왼쪽 손목에 그것을 새겼다. 무서워서 타투는 못 하고 헤나 레터링으로 했다. Last meal for you. 이제 고결한 돼지처럼 고독사할 준비는 끝났다.
-알라딘 eBook <고독사 워크숍> (박지영 지음) 중에서 - P13
"저는 이런 사람들이 좋아요." 공대규의 지원서를 보며 조 부장이 말했다. "별 볼 일 없이 살다가도 고결한 돼지처럼 죽을 수 있다고 믿는 거 보세요.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 이렇게 속물적인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사람들, 자기혐오와 자기 구애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마침내 고독사에 이르는 법이거든요. 저는 말입니다, 고독사란 결국 인간의 존엄이랄지 위엄에 대한 절박한 구애의 형태로 완성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니까."
-알라딘 eBook <고독사 워크숍> (박지영 지음) 중에서 - P14
혼자 알 수 없는 이유로 격앙되어 토하듯 말을 뱉다가 갑자기 그만두는 건 조 부장의 버릇이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법에 서툰 사람 특유의 혼자 보내 온 시간의 밀도가 묻어나는 말투였다. 실은 그래서 오 대리는 조 부장의 부장님식 농담이, 질문으로 시작해서 독백으로 끝나는 중얼거림이 싫지 않았다. 고독사란 이런 사람이 하는 겁니다라고 온몸으로 증명하는 조 부장을 보고 있으면 아무도 찾지 않는 누렇게 바랜 헌책 냄새를 맡을 때처럼 쓸쓸한 안도감이 들었다. 같이 있어도 1인분의 존재감이 아니라 0.5인분의 존재감만 느껴지는 것도 좋았다. 그런 사람이니까 ‘심야코인세탁소’라는 수상한 성인 전용 사이트를 만들어 고독한 이들을 위한 고독사 워크숍 같은 걸 진행할 터였다.
-알라딘 eBook <고독사 워크숍> (박지영 지음) 중에서 - P15
조 부장이 고독사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전까지 운영하던 ‘심야익스프레스’에서는 주로 세 가지 이사 업무를 다뤘다고 한다. 심야 포장 이사와 야반도주, 그리고 자발적 실종자들을 위한 잠적.
-알라딘 eBook <고독사 워크숍> (박지영 지음) 중에서 - P18
그 후 심야 이사의 핵심 사업은 실종자로 신분을 바꾸고자 하는 성인들의 자발적인 잠적과 증발, 실종을 돕는 일이 되었다.
-알라딘 eBook <고독사 워크숍> (박지영 지음) 중에서 - P19
고독사에 대한 불안을 안은 채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긍정 혹은 자기 부정의 상태에 있는 30~40대 남녀들입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고독사라면 일찌감치 자신의 고독에 안부를 묻고 친밀해지는 연습을 하며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대상인 거죠. 내 죽음이 누구에게도 슬픔이나 죄가 되지 않는, 얼룩 없는 클린한 고독사가 되도록 말입니다.
-알라딘 eBook <고독사 워크숍> (박지영 지음) 중에서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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