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어 눈을 뜨니 창문으로 햇빛이 쏟아진다. 오래된 마룻바닥이 진한 황금빛으로 빛나고, 먼지가 햇빛에 반짝이며 춤춘다. 침대 발치에서 나지막이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요헨데어로헨이 사지를 쭉 펴고 드러누워 깊게 잠들어 있다. 한동안 도라는 브라켄 마을에서 지내며 적응해보려고 애쓸 것이다.
-알라딘 eBook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중에서 - P202
그녀는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낡은 티셔츠와 팬티만 걸친 채 햇볕 아래 서 있다. 근데 고테는 그런 모습에 신경 쓰지 않는 거 같다.
-알라딘 eBook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중에서 - P203
자아상과 현실 사이의 일치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거의 최고의 경지이므로.
-알라딘 eBook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중에서 - P213
그녀는 로베르트와 그의 친구들을 알고 지낸 지난 시절을 떠올린다. 베를린에 있는 호프집 탁자에 둘러앉아 와인이나 맥주를 한 잔씩 들고 쉴 새 없이 자아를 만들어내기 바쁜 뇌를 각자 머릿속에 하나씩 갖고 있던 모습을, 또 서로 얘기를 나누고 함께 웃던 모습도. 그 몇 시간만큼은 머리가 여러 개 달린, 자기만족에 빠진 하나의 존재로 합쳐졌지. 아름다운 장면이지만 안타깝게도 거짓이다. 코로나 때문에 호프집이 문을 닫아서가 아니라 그 장면 속 느낌이 어떤지 도라가 알고 있으므로. 그들 사이에 앉아 얘기하고 웃으면서도 그 자리에 없는 듯한 존재인 그녀는 넷플릭스 새 시리즈, 정부의 잘못된 정책, 치솟는 월세에 대해 늘어놓는 늘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화의 일정 부분은 외우고 있고 누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을 정도다. 밤이 깊어지면 남녀 관계도 화제에 오른다.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불참한 젊은 부부들이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어떤 전자동 커피 메이커가 최고의 크레마를 만드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럼 다른 누군가는 독일에서만 휴가를 보낸다고 얘기한다. 그사이 도라는 어떤 구실을 대야 일찍 자리를 뜰 수 있을지 생각해보지만 결국 끝까지 남는다.
-알라딘 eBook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중에서 - P213
그녀는 좋아하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피아노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와인 한 잔을 들고 창턱에 걸터앉아 와인, 창문, 생각으로 구성된 미니어처 세계의 그림 속 일부가 된다.
-알라딘 eBook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중에서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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