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죽어 본 중에 가장 멍청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막 26시를 지났고, 나는 거친 돌바닥에 큰대자로 널브러져 있었다. 사방이 어찌나 캄캄한지 마치 장님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큘러(본 작품에서 시신경 및 뇌파와 연결된 통신 기기 — 옮긴이)가 거의 5초 동안 가시광 파장 범위에 있는 광자를 찾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적외선 감지 모드로 전환되었다.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지만 적어도 희끄무레한 회색빛 나는 동굴 천장은 알아볼 수 있었다. 얼음을 두른 검은 구멍이 눈에 띄었는데 분명 내가 떨어진 이 굴의 입구일 것이다.
-알라딘 eBook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중에서 - P6
이쯤에서 사고 실험을 한번 해 보기로 하자. 여러분이 잠자리에 들면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죽는다. 당신은 죽고 내일 아침부터 다른 사람이 당신의 삶을 대신 산다. 그는 여러분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모든 희망, 꿈, 두려움, 소망을 기억한다. 그는 자신이 당신이라고 생각하고 당신의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전날 밤 잠자리에 들었던 그가 아니다. 당신은 겨우 오늘 아침부터 존재했을 뿐이고 오늘 밤 눈을 감을 때까지만 존재한다. 자신에게 물어보자.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삶에서 실제적으로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달라진 점을 눈치챌 수는 있을까?
-알라딘 eBook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중에서 - P17
‘잠자리에 들기’를 ‘으스러지기, 증발하기, 불태워지기’로 바꾸면 내 삶이 어떤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원자로 코어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달려간다. 아직 미완성인 백신을 시험해야 한다면? 내가 나설 차례다. 개발한 신약에 독성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삼켜 드리지. 죽으면 새로 만들면 그뿐이니까.
-알라딘 eBook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중에서 - P17
그 모든 죽음의 경험에서 괜찮은 점이 있다면 내가 진짜로 어떤 면에서는 빌어먹을 불멸이라는 것이다. 나는 단순히 미키1이 했던 일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로 살았던 삶을 기억한다.
-알라딘 eBook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중에서 - P17
30분쯤 지난 뒤, 나샤에게 가만히 앉아 얼어 죽기만을 기다리진 않을 거라고 말해 둘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샤가 알았다면 내가 진짜로 죽기 전까지 베르토가 손실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도록 했을 것이다. 유니언에 속한 세계들은 도덕적으로 까다롭지 않지만, 바이오 프린트된 육체에 인격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된 초창기에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오늘날 거의 모든 개척지에서 중복된 익스펜더블은 연쇄살인범이나 아동 납치범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게 되었다.
-알라딘 eBook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중에서 - P19
익스펜더블이 필요한 사람들은 ‘익스펜더블이 돼라’고 설득하지 않는다. 대신 불멸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쨌든 듣기에는 훨씬 좋다.
-알라딘 eBook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중에서 - P31
그러니까, 3세대 개척지 중에서 미드가르드는 충분히 좋은 장소였다. 이 행성은 내행성들을 흡수하는 과정을 막 마친 적색 거성의 골디락스 존(행성이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가지고 있어 물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항성 주변의 구역 — 옮긴이) 한가운데에 이제 자리 잡은 참이었다. 그래서 처음 발견했을 때 테라포밍(다른 행성을 인간이 살 수 있도록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꾸미는 일 — 옮긴이)이 필요했고, 이는 꽤 골치 아픈 일이었다. 한 가지 좋은 점도 있었는데, 지금 우리의 정착지와는 달리 미드가르드는 생명체가 살 수 있게 된 지 얼마 안 된 상태여서 지능을 가진 토착 생명체와 대적할 필요가 없었다. 미드가르드의 익스펜더블도 물론 힘든 임무를 맡았겠지만 적어도 무언가에 물어뜯겨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알라딘 eBook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중에서 - P41
지난 8년 동안 나는 여섯 번 죽었다. 지금쯤이면 익숙해졌을 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한 번은 예상하지 못한 죽음이었고, 한 번은 응급 상황이었고, 죽기 전 업로드를 거부한 적도 한 번 있었다. 업로드 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그때의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샤나 베르토가 들려준 이야기나 감시 카메라로 확인한 내용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세 번은 계획적인 종료였고 표준 절차에 따라 익스펜더블은 가급적 종료 직전까지 기다렸다가 업로드를 하게 되어 있었다. 베르토에게 이야기했듯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정도면 지금 가슴속 깊은 곳을 내리누르는 공허만은 내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알라딘 eBook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중에서 - P58
사이클러는 시체 구덩이에 버려지는 모든 것들을 분해해 원자 단위로 쪼갠 다음 필요에 따라 다시 재조립한다.
-알라딘 eBook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중에서 - P59
간단히 말하면 내가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은 덕분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렇듯 완벽한 친구란 있을 수 없고, 저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단점들을 이유로 사람들을 내친다면 그들이 가져다줄 기쁨과 행복 역시 누릴 수 없게 된다.
-알라딘 eBook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중에서 - P121
베르토와도 마찬가지다. 다만 베르토는 밥값 때문에 치사하게 구는 대신 가끔 내가 구덩이에 빠져도 얼어 죽을 때까지 내버려 두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할 뿐이다. 베르토는 그런 사람이다. 받아들이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모든 일이 한결 쉬워진다.
-알라딘 eBook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중에서 - P123
유니언 사람들 대부분이 익스펜더블 중복에 대해 본능적으로 보이는 반응을 이해하려면, 앨런 매니코바를 이해해야 하고, 그가 골트에 무슨 짓을 했는지 대충이나마 알아야 한다.
-알라딘 eBook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중에서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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