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1999)에는 7과 1/2층에 자리잡은 사무실이 등장한다. 천장이 유독 낮은 이 방은 알고 보면, 타인의 몸속으로 미끄러져들어가는 비밀 통로다. 번역가의 작업실을 상상하는데 퍼뜩 그 괴상한 방이 떠올랐다. 출판 번역가의 작업실이란 말하자면 독자의 방과 저자의 서재 사이 층계참에 포복한 셈이어서,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일쑤다. 역자의 작업은 저자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본 것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일이다.

-알라딘 eBook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정영목 지음) 중에서 - P9

"그저 한 문장을 잘 옮기는 것과 작품 전체의 온전한 이해가 뒷받침된 균형잡힌 번역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알라딘 eBook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정영목 지음) 중에서 - P10

번역은 독해보다 천만 배 무겁다. 외국어로 의미를 어림잡는 행위와 그것을 모국어 문장으로 확정하는 결단 사이에는 통과해야 할 엄격한 법정이 존재한다. 번역가 발레리 라르보는 훌륭하게 정리했다. "번역은 삶과의 끊임없는 친밀한 접촉이다. 독서라면 그 삶을 흡수하여 소화하는 것으로 족하다. 하지만 번역이라는 것은 그 삶을 밖으로 잡아 끌어내 세포 하나하나마다 새로운 몸뚱이가 솟아오를 때까지 자기가 꽉 붙들고 있는 것이다."(쓰지 유미, 『번역사 산책』, 이희재 옮김, 궁리, 2001) 세상이 번역을 ‘먹물의 막장’이라 불러도 "그럴지도 모르지" 주억거리며 묵묵히 일해온 사람, 인터뷰 내내 번역 예찬이라고는 "어찌 보면 세상 모든 일이 번역인지도 모르죠"라는 단 한마디가 전부였던 사람과 헤어지며 나는 그가 번역가의 묵직한 의자에 무척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알라딘 eBook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정영목 지음) 중에서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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