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는 제3제국에 관한 글에서, 체제 전복을 꾀하는 사회에서 얼마나 빠르게 불안감이 조성되는지, 또 거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새로운 기준들이 가장 사소한 일상적 결정을 내리는 데 어떻게 끼어드는지를 기술한 부분을 본 적이 있었다.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레스토랑을 나가는 게 더 좋은 땐 언제고, 일하러 가는데 다른 길로 갈 땐 언제일까. 인간의 뇌는 공포의 조건에 익숙해지고, 그 공포를 사고와 통합하여 흔적을 지운다. 인간은 공포에 시달리지 않고 공포를 실천하고, 인간은 고통 없이 공포의 이면에 녹아들 때까지 변화된 상황에 적응해나간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인해 세상에 끔찍한 일이 끊이지 않고 반복해서 일어난다. 이에 막을 방법은 단 하나다. 맞서 싸워야 하는 건 악이 아니라 인간의 비겁함이다.
-알라딘 eBook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중에서 -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