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절대 자신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듯이 젖꼭지를 물어 당기던 탐욕스러운 젖먹이. 그 탐욕스러운 아기는 까다로운 아이로, 무엇에도 만족할 줄 모르는 소년으로 자라났다. 그는 툭하면 다른 애들과 다투고 공정함을 요구했는데, 그 공정함이란 늘 자기한테 유리한 것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똑같았다. 바르토는 오필리아가 질색했던 움베르토의 면면을 열 배 더 강하게 물려받았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은 유일한 자식이었고, 오필리아는 아들을 이해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2
오필리아는 정강이로 바닥을 딛고 힘겹게 몸을 일으킨 뒤 토마토 줄기를 잡고 일어섰다. 눈앞이 살짝 흐릿해져서, 시야가 맑아질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나이. 다들 나이 때문이라고, 갈수록 나빠질 거라고 말했다. 오필리아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만큼 그가 어떤 일을 빨리 해낼 수 없을 때를 제외하면.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3
"컴퍼니가 사업권을 잃었어요." 거기에 어떤 의미라도 담겨 있는 것처럼 바르토가 말했다. "컴퍼니가 사업권을 잃었다고." 오필리아는 듣고 있다는 증거로 들은 말을 되풀이했다. 아들은 그가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자주 비난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뜻이겠어요." 바르토는 조바심치며 말하고는 곧바로 덧붙였다. "우리가 떠나야 한다는 뜻이죠. 그들은 콜로니를 버릴 거예요." 로사라가 집에서 나와 남편 뒤에 섰다. 오필리아는 며느리의 뺨이 군데군데 붉어진 것을 봤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4
한 번도 임금을 받지 못한 고용인, 오필리아는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은퇴도 의료 혜택도 없는 고용인. 얻는 거라곤 생산한 것 중에 스스로 소비하는 만큼뿐. 자력으로 먹고살며 잉여생산물까지 내야 하는 고용인. 열대목재를 할당량만큼 정기적으로 선적하고 있지도 못하지만…… 벌목량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성인의 수가 줄어든 지 오래였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5
오필리아는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고, 남아 있는 옷들 중에 가장 좋은 것을 입었다. 그 드레스는 이제 헐렁했다. 살짝 들어간 허리 부분의 위쪽을 채울 것이 이제 그의 몸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구부정한 등 때문에 목 뒷부분이 떴다. 몇 달 만에 신은 신발에 발가락이 짓눌리고 뒤꿈치가 쓸렸다. 회의에 참석하고 나면 물집이 생길 것이다. 무엇을 위해? 오필리아는 부엌문에 귀를 대고 서서, 바르토가 다른 세계에서는 반드시 어머니가 다시 품위 있는 옷차림을 하게 만들겠다고 로사라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언제나 신발을 신고 지금 입은 것처럼 칙칙한 색의 드레스를 입게 한다는 뜻이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6
칼과 제르베즈가 불평의 말들을 끊고 이주 후보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어떻게 정해진 후보지인지는 전혀 말해주지 않았다. 오필리아는 컴퍼니가 주민들에게 선택권을 줄 거라고 믿지 않았다. 무의미한 투표라고 확신했다. 그럼에도 바르토가 로사라의 앞으로 팔을 뻗어 오필리아의 옆구리를 찌르며 쉬이 하는 소리를 내자 아들을 따라 일어서서 올카르노가 아닌 노이브라이트에 표를 던졌다. 참석자의 3분의 2에 달하는 다른 사람들도 노이브라이트를 선택했다. 월터와 사라를 비롯해 아주 완고한 사람들만 그곳으로 갈 수 없다고 버텼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7
오필리아가 새벽을 좋아하는 건 고요함과 고요함이 낳는 텅 빈 느낌 때문이었다. 그런 새벽의 고독을 망칠 권리가 있다는 듯 남자는 거기 서 있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8
오필리아는 챙길 짐이 거의 없었다. 지난 10년간은 커뮤니티스토어에서 옷도 별로 가져오지 않았다. 오래 간직한 물건들은 세월이 흐르며 하나둘씩 사라졌다—대부분은 콜로니에 가져오지 않았고, 가져온 것들은 아이들이 망가뜨리거나 벌레가 갉아 먹었거나 두 차례의 대홍수 때 물에 녹았거나 나중에 곰팡이가 슬고 썩어버렸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23
30일보다 훨씬 짧은 기간 안에 준비를 마칠 자신이 있었다. 다만—그는 공구창고 벽에 걸린 괭이 손잡이에 얼굴을 기댔다. 그 남자가 그가 떠날 거라 말한 순간 마음 한구석에서 무언가가 바뀌었다. 오필리아는 어두운 창고에서 코바늘이 든 뜨개 주머니를 더듬어 찾듯이 마음속에서 그 변화를 감지해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24
떠나지 않을 거야. 오필리아는 눈을 깜박였다. 갑자기, 그가 기억하기로는 실로 오랜만에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작고 동그란 아침 이슬에 비친 세상처럼 어떤 기억이 맑게 솟아올랐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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