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는 사랑이 넘치는 부모는 아니었다. 그는 (전부 사생아로 태어난 넷 혹은 다섯의) 자식 전부를 태어나자마자 생년월일도 기록하지 않고 고아원에 버렸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자식들을 가르치며 다양한 실험과 여성들과의 대화를 거듭했다. 루크레티우스와 로마 철학자들의 저작을 탐독하면서 생애 초기의 욕구가 그가 추구했던 정치 질서의 형태에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이해했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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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외부 사물에 대한 인식과, 아무리 어설프더라도 그에 대한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정은 출생 후의 세상과 어울린다. 그 세상에서 우리는 선의 원천을 갈망하지만 결국 그로부터 분리되고, 선의 원천은 자신은 통제할 수 없는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이와 같은 악몽의 시나리오에 갇힌 아기들에게 한 가지 압도적인 감정,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감정이 바로 두려움이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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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기의 입장에서는 신뢰도 규칙도 안전도 없다. 단기간의 제한된 경험으로 아기는 지금 이 순간의 고통만이 실재하며 즐거운 안락의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다시 불안과 공포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 짧은 즐거움의 순간도 곧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희석되어버린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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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인간과 동물의 거의 모든 감정에 개체의 안녕에 대한 일련의 정보 처리 과정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동물도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해 생각하고 이 생각이 감정으로 편입된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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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감정은 이유 없는 에너지 분출이 아니라 주변의 대상과 사건을 관찰하면서 발생한다. 감정은 일반적으로 우리의 동물적 취약성과, 스스로는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외부 사물에 대한 의존성과 애착을 동시에 드러낸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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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인간이 살면서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일 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이 가장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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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짜증이나 불편함을 넘어선 분노를 느끼기 위해서는 누군가 나에게 어떤 일을 했으며 그 일은 잘못되었다는 인과적 사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두려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지각만 있으면 된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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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곧 닥칠지도 모르는 부정적인 일에 대한 괴로움과 이를 물리칠 힘이 없다는 무력감의 결합이 두려움이라고 정의했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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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때로 유용하지만 중력의 존재에 대한 확신처럼 대부분은 무의식적이다. 무의식적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느낄 수 있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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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자신을 해칠지도 모르는 대상에게 두려움을 느낀다. 두려움은 동물의 생존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어져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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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자 조셉 르두Joseph LeDoux는 『느끼는 뇌』에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뇌 안쪽의 아몬드 모양으로 생긴 편도체라는 기관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인지 훌륭하게 설명해주었다. 살아 있는 동물이 두려움을 느끼거나 그로 인해 행동할 때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르두는 진화 과정을 거쳐 인간에게 내재된 특정한 요인이 두려움과 관련된 반응을 유발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뱀과 유사한 형태의 이미지가 언제나 편도체를 활성화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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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감각, 언어, 인지 등 다양한 출처를 통해 위험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게다가 인간의 뇌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어 개인마다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은 큰 차이가 있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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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은 시간이 갈수록 학습의 영향을 받는다. 학습이 두려움을 더 인간적으로, 덜 원시적으로 만들어준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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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경험하는 초기 두려움이 이후 학습을 통해 복잡하게 변형된다고 해도, 초기 두려움의 조건 반응이 개체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르두는 강조했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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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원시적일 뿐만 아니라 반사회적이기도 하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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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려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사회가 필요하지 않다. 오직 자신과 위협적인 세상만 있으면 된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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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사실 지독한 자기애적 감정이다. 어떤 형태로 뿌리내리든 타인에 관한 모든 생각을 몰아낸다. 유아의 두려움은 전적으로 자신의 신체에 집중되어 있다. 심지어 타인을 걱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자란 후에도 두려움은 타인에 대한 걱정을 몰아내고 자신만 생각하는 어린아이 같은 상태로 우리를 되돌린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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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염려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확장일 뿐이며 자신에게 강렬한 고통이 닥치면 더 넓은 세상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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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는 두려움이 다른 누구도, 어떤 것도 염려하지 않는 전제 군주의 감정이라는 루소의 의견에 동의했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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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력한 인간의 아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바로 타인을 이용하는 것이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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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적이고 불안에 휩쓸려버린 정치적 순간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유치한 나르시시즘에서 해방되는 과정을 고찰해야 한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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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자기중심적인 요구 이상으로 타인을 독립된 개체로 인식하는 능력, 상대가 무엇을 느끼고 원할지 상상하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노예가 아닌 분리된 삶을 허락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절대 왕정에서 민주주의적 관계로의 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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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D. 헤어Robert D. Hare의 사이코패스 연구에 따르면, 마음을 읽는 능력과 타인을 걱정하는 감정이 결핍된 이들은 그렇게 자란 것이 아니라 심각한 장애를 갖고 그렇게 태어났다는 것이 특징이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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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능력을 사용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다. 심지어 우리의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파악한다 해도, 그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고통이나 굴욕을 가하고 마음의 짐을 지운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우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 생애 최초로 만난 자기중심적 세상이 불안하고 어려운 시기에 다시 몸집을 키워, 도덕적인 성인이 되거나 건설적인 시민 의식을 함양하려는 발걸음을 방해한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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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감과 자신감이 건강한 상호 관계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아기는 부모를 자기 요구의 확장이 아닌 전인적 인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민주적 자아가 탄생할 준비가 된 것이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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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이 아니며 완벽에 대한 요구는 부모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는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해를 끼치기도 한다. 아이들은 충분히 안아주기면 하면 된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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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당연히 진화에 유리했기에 타고나게 되었을 것이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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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그 자체로도 할 말이 많다. 이는 우리가 안전과 건강, 평화를 추구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게 하고 소중한 법과 제도를 보호하게 한다. 인간의 유한성에 대해 인식하고 모든 인간이 동등함을 일깨워준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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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도사리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루소의 말대로 선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나르시시즘, 자기 회피와 부정이라는 다른 전략들로 이어지기도 한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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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루크레티우스도 한 가지는 알았다. 주위에 빛과 행복이 넘쳐나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 삶에 암흑처럼 번져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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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사실과 거짓 양자에 의해 조작되어 적절하거나 부적절한 반응 모두를 이끌어낼 수 있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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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은 두려움의 오류를 보여주기 위해 심리학의 도움을 받는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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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으로 인한 오류의 흔한 원인 중 하나는 심리학의 ‘가용성 편향’이다. 한 가지 문제가 경험상 확실해지면, 그 문제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환경 문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태도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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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적 적대감이라는 맥락에서는 타인의 행동에 쉽게 동조하는 ‘폭포 효과’라는 현상이 있다. 평판 때문에 동조하는 경우는 ‘평판 폭포 효과’라고 하고, 타인의 행동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동조하는 경우는 ‘정보 폭포 효과’라고 한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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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혼자 목소리를 내기 두렵다며 오류에 동의하는 것을 합리화한다. 우리는 지금 이 커다란 심리적 힘을 이해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하지만 애쉬는 단 한 명이라도 정확한 답을 말하면 그때부터 사람들은 자유롭게 정답을 말하게 된다는 사실 또한 발견했다. 하나의 반대 의견이 두려움으로부터 정신적 자유를 선사하는 것이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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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하는 정신에 대해, 그리고 이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우선 두려움에 휩쓸리지 않고 기꺼이 혼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엄마 옆에서 혼자 놀 수 있는 어린이는 순응을 요구하는 강력한 힘 앞에서도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나야 한다. 민주주의는 진실과 이상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의지를 배양해야 한다. - <타인에 대한 연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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