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뭔가 다르다.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하다. 옥외계단 층계참에 의자 네 개가 놓여 있는데, 정원 의자가 아니라 넓은 등받이와 얼기설기 얽힌 모양의 좌석이 달린 주방 의자다. 누군가 사포질을 하고 흰색 칠을 한 이 의자들이 여기 바깥에 나와 있으니 현대적인 조각 공원에 전시된, ‘부재’라는 제목의 예술 작품 같다. 도라는 의자에 앉아 테스트를 해본다. 편안하다. 근데 약간 흔들거린다. 주방에 놓아두면 멋질 것 같다. 주방의 초라한 분위기를셰비시크*풍으로 바꿔놓을 이 의자들은 이 모든 일에 의도가 있음을 증명할 것이다.
-알라딘 eBook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중에서 - P189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 손님들이 지루한 대화 상대자인 걸 알게 된 도라는 스마트폰을 꺼낸다. 지난 몇 년간 가끔씩 평이 좋은 소설들을 다운받았지만 그중 한 권도 읽어보진 않았다. 출간되는 책도 너무 많고 추천받거나 혹평받는 책도 너무 많았다. 현대문학에 뒤처지지 않는 건 너무 큰 과제로, 인간이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또 다른 불가능이다.
-알라딘 eBook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중에서 - P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