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이제 윙윙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로베르트와 그녀의 침실에 갇혀 있던 파리들과 달리 방금 나간 파리는 망상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이미 오래전에 그녀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 곤충들을 사냥하지 않았다. 앞으로 언젠가 다시 위경련을 겪지 않고도 신문을 읽을 수 있을 거다. 언젠가 줄기차게 자신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있을 거다. 그저 가능한 일을 해보자. 숲속 벤치를 만든 사람처럼. 암튼 앞으로 며칠간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씨감자를 얻어 와 심어보자. 벽에 페인트칠도 하고. 할 일이 생각날 거다. 중요한 건 혼자서 해내는 것이다. 물론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다. 며칠간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벌써부터 공허감에 빠져드는 듯하고 몸 가장자리 윤곽이 점점 희미해지며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도 말이다. 일단 여기서 나가야 한다.
-알라딘 eBook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중에서 - P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