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몸과 몸짓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시선은 고요하고 마음은 숨김이 없었다. 미소는 순수했다.

-알라딘 eBook <사물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중에서 - P86

세상은 그들의 것이었다. 그들은 세상을 맞이하러 나갔다. 새로운 세상을 끝없이 발견했다. 그들의 삶은 사랑과 취기에 어렸다. 그들의 열정은 끝을 몰랐고, 자유는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사물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중에서 - P86

그들은 행복을 상상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 마음껏 만들어낸 멋진 공상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세상을 적셨다. 그들의 발걸음이 행복하려면 걷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홀로 꼼짝없이 쓸쓸하게 남았다. 잿빛의 살얼음 언 대지, 황폐한 초원, 그 어떤 궁궐도 사막의 초입에 들어서지 않았으며, 그 어떤 광장도 지평선을 대신하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사물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중에서 - P87

행복에 대한 도를 넘어선 이런 종류의 추구, 순간이지만 행복을 엿보고 행복을 알아냈을 때 느꼈던 경이의 감정, 환상적인 여행, 확고부동한 어마어마한 성취, 새롭게 발견한 지평, 미리 맛본 유희, 불완전한 꿈 아래 가능했던 모든 것들, 여전히 어색하고 당혹스럽지만 이미 장전된 총알처럼 준비되었던 비약,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감정, 새로운 요구. 그들이 경험한 이 모든 것들에서 남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알라딘 eBook <사물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중에서 - P87

모든 유혹의 피난처로 시골에 사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생활은 검소하고 순박할 것이다. 마을 어귀의 하얀 돌집에 살면서 따뜻한 줄무늬 벨벳 바지에 큼직한 신발, 모자 달린 두꺼운 외투, 끄트머리에 쇠를 덧댄 지팡이, 모자를 갖추고 날마다 숲으로 긴 산책을 나갈 것이다. 돌아와서는 영국 사람처럼 차와 토스트를 차리고 벽난로에 장작을 한 아름 넣을 것이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4중주곡을 전축에 걸어두고, 읽을 시간이 없어 엄두를 못 내던 두꺼운 소설책을 집어 들 것이다. 친구들을 맞이할 것이다.

-알라딘 eBook <사물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중에서 - P91

일을 그만두고 모든 것에서 벗어나 모험을 떠나는 것을 꿈꿨다.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 전혀 새로운 토대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을 상상했다. 단절과 이별을 꿈꿨다.

-알라딘 eBook <사물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중에서 - P91

그들은 떠났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만원인 지하철, 짧기만 한 저녁, 치통처럼 따라붙는 통증과 불확실성의 지옥에서 빠져나온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불투명했다. 그들의 삶은 팽팽한 줄 위에서 끊임없이 춤춰야 하는 꼴에 지나지 않았고, 미래는 꽉 막혀 있었다. 극심한 공허감, 기댈 곳도 없으면서 끝을 모르는 비참한 욕망에 시달렸다. 그들은 소진된 느낌이었다. 은둔하기 위해, 잊기 위해, 자신들을 달래기 위해 떠났다.

-알라딘 eBook <사물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중에서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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