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었다. 우리가 보고, 맛보고, 노래하고, 취하지 못한 이 모든 경이로운 것들은 사라졌다. 우리에게 부드러운 눈길을 던지고 이내 돌아선 그 사람들은 우리가 관심을 쏟지 않았기에 가버렸다. 헛것을 좇느라 사랑해주지도 못하고 쓸데없이 마음고생만 시킨 그녀, 잘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너무 일찍 저세상으로 떠난 친구, 전에는 귀찮기만 했지만 지금은 한없이 그리운 어머니의 사랑. 이제 시간이 없다! 호시절은 끝났다. 후회가 우리를 갉아먹는다. 다시 살 수 있다면, 스무 살만 더 젊었어도! 우울한 사람은 그렇게 되뇌지만 어이할까. 그는 20년 전으로 돌아가더라도 예전과 똑같이 자기가 옳다는 확신을 갖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터이니!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60
예지는 과오를 저지른 후에야 찾아오니 과연 헤겔이 말한 대로 "미네르바의 올빼미(지혜의 상징)는 황혼이 내려앉은 후에야 날아오른다." 그때 위험을 무릅쓰고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그건 아마 우리가 원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후회는 피할 수 없는 만큼 무익하다. 패배주의가 늘 써먹는 알리바이가 있다. 다시 붙잡기엔 너무 늦었다, 긴 여행을 떠나기엔 너무 늦었다, 다시 사랑하기엔 너무 늦었다, 이제 와 내가 뭘 해, 겁쟁이는 그렇게 말한다. 20세든 80세든 하면 된다. 담대함이란 돌이킬 수 없는 숙명에 지지 않는 것이므로.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61
요컨대, 우리는 우리의 경험과 함께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 부조화가 필멸자의 운명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64
우리 삶을 구획하는 시간부사들 중에서 ‘벌써’와 ‘아직도’ 역시 특별하다. ‘벌써’는 나이 많은 이들에게 통계적 비정상, 짜증스러운 조숙으로 와 닿는다. ‘아직도’는 짜증과 고질적 비정상을 나타낸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67
‘벌써’가 젊은 사람들의 보기 드문 능력에 대한 반응이라면 ‘아직도’는 당황스러운 지속에 대한 반응이다. 특히 ‘지금도 그래? 여전히 그러고 있단 말이야?’라는 뜻이다. ‘아직도’는 조심스러운 바람을 담고 있기도 하다. 죽어가는 이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를 부르짖으며 자신의 삶을 붙들어주기를 원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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