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그림을 그리다보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버린다. 어딘지 모를 곳에 아득하게 빠져들어 간 듯한 느낌이다.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자의식에서 해방되는 느낌이다. 나는 지금까지의 내가 아니어도 좋다. 풀꽃을 그릴 때 나는 한 송이의 풀꽃, 한 낱의 풀이파리가 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그것은 내가 무아경에 이르는, 나 자신을 초월하는 신비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나는 사물의 본질에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닿았다가 되돌아오곤 한다. 거기서 느낌이 생기고 모습과 소리가 따르고 또 몇 줄기 말씀이 눈을 뜨기도 한다. 그때의 그 황홀감이라니! -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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