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른 도로 소음 관리 기준은 주거지의 경우 낮에는68데시벨, 밤에는58데시벨이다. 서울시3차원 소음지도에 따르면 용산구 이촌동 강변북로의 밤의 소음도는80.3데시벨이다. 주요 도로 주변의 고층 아파트, 오르막길이 많은 동네일수록 시끄러운 동네로 꼽혔다. 반면 정동 덕수궁길 주변 거주지는46.5데시벨을 기록해 서울 시내에서 밤에 가장 조용한 동네로 꼽혔다. 그런데 우리 집은 겨우20데시벨 수준이다. 골목길은 사람 길인 탓에 집을 짓는 데 여러 가지 불편함을 주었지만, 고요함이라는 선물도 안겨줬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45

하지만 나무가 주는 불편함은 제법 많다. 나무집은 살아 숨 쉰다.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역동적으로 걸어 다니는 수준은 아니지만, 집이 분명 살아 있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50

우리에게 쉼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쉼은 실로 다양하다. 텃밭 생태계를 관리하고 관찰하며, 갓 수확해 수분 가득한 오이고추를 베어 먹고, 색색으로 익은 방울토마토도 따 먹고, 호박잎 아래 숨은 사마귀가 커가는 것을 살피며 앞마당에서 햇볕을 쬐고 하늘을 구경하며 술도 커피도 한잔하는 그런 것. 집에서만큼은 시계를 보지 않고 해의 위치로 시간을 가늠하는 것도 쉼이다. 땀을 쏟으며 쓸모 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쉼이다. 우리에게는 타의에 휘둘려 방전된 에너지를 집이라는 공간에서 오롯이 충전하는 것이 바로 휴식이다. 비록 관리할 게 많은 한옥이지만 집만큼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 곳은 없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54

"철은 계절이자 시간의 흐름이죠. 정원에는 식물이 있고, 온갖 기후가 머물고, 동물도 찾아와요. 정원 안에서 이 모든 걸 느끼고 보면서 저도 철이 드는 것 같아요."
철이 든다는 것은 제철을 안다는 의미가 아닐까. 나도 철을 알고, 철이 들고 싶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58

"나를 알게 하는 힘과 에너지를 주는 것이 음식입니다. 미식도, 탐식도, 과식의 대상도 아닙니다. 사람은 음식으로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로 음식을 만들죠. 정해진 조리법이 아니라 마음 에너지에 따라, 음식 재료의 본질을 생각하면 누구든지 요리할 수 있어요. 음식 재료를 아는 것은 자신을 알아가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화분에 고추든 상추든 한 포기의 식재료를 꼭 키우라고 권합니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고 에너지를 얻는 것, 즉 음식 재료를 아는 것은 나의 에너지의 기원을 아는 일이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63

계절의 변화를 보고 철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땅이 네모반듯하지 않은 덕에 생기를 뿜어내는 생명체와 함께 살게 됐다. 꽉꽉 채우지 않아도 좋다. 틈이 주는 활력이 크다. 집 짓는 동안 내 마음을 괴롭혔던 삐뚤빼뚤한 땅과 그렇게 작별했다. 살아보니 네모반듯하지 않아도 괜찮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64

처음에는 분갈이조차 못하던 우리가 흙과 식물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무엇보다 작은 생명체들의 힘을 알게 됐다. 자라나는 것의 힘은 세다. 약간의 보살핌에도 쑥쑥 자라난다. 계절을 느끼게 하고, 시간의 힘을 알게 해준다. 물과 햇빛과 바람만 있으면 작물들은 천천히 스스로 여물어 간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72

사람을 알고 믿고, 그가 추천하는 것을 사는 장보기를 계속 하고 싶다. 간편한 삶도 좋지만, 그 삶이 꼭 정답인 것은 아니다. 삶은 다채롭고 그 속도도 다양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서촌 시골살이의 느린 속도가 꽤 마음에 든다. 이 오래된 공간과 사람을 통해 삶을 더 배워나가고 싶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80

집을 지으면서 우리는 대화로 해장하는 법을 배웠다. 숙취처럼 남은 불편한 마음을 슬쩍 꺼내놓고 마구 이야기한다. 속에 담아두면 술병으로 이어지겠지만, 밖으로 꺼내놓으면 어느새 휘발된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82

사는 곳에 대한 셈법을 재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셈법을 위해선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집이 얼마짜리냐고 묻지 말고, 이 집에서의 삶은 얼마짜리냐고 물어보자.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85

구마 겐고는 이를 고민하고 실행에 옮긴다. 작은 건축이 가능한 자재부터 탐구한다. 그중 하나가 ‘물 벽돌water block’이다.
쉽게 말해 레고 쌓기를 생각하면 된다. 손쉽게 쌓을 수 있도록 흙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페트병을 만들 때 쓰는 폴리에틸렌으로 벽돌을 만든다. 올록볼록 결합 부위를 레고처럼 만들어 조립하듯 쌓을 수 있다. 그리고 속에 물을 주입한다. 따뜻한 물을 넣으면 난방이 되는 구조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현장에 직접 나가 물 벽돌을 이용해 낡은 민가를 바꿔나가도록 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86

"공간은 사회나 부모가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과 발을 사용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람은 세상과 싸워야 자신의 공간을 얻을 수 있다."(『작은 건축』,62쪽)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86

우리 집은 이른바 ‘3비非’의 요건을 갖췄다.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고, 비주류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88

주변을 돌아보면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린 채로 사는 어른이 참 많다. 좋아하는 것을 그저 좋아하면 되는데 그마저도 효율을 따지다 보니 그렇게 된다. 좋아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 돼야 하고, 남과 비교해 더 잘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돈이 되어야 한다. 결국 더는 할 수 없게 된다. 좋아하는 것을 할 시간에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것을 하는 게 유용하다. 좋아하는 것을 어제보다 조금 더 잘하게 됐다는 만족감은 성과가 될 수 없다. 이렇게 효율성만 따지다 보면 어느새 아무것도 안 하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89

그러니 효율적이고 경제적이고 주류에 속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틀을 벗어나면 타인의 시선에 내 삶을 정박시키지 않고 좀 더 넓게,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 좋아하는 것에서까지 효율성을 따지지 말자.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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