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문은 서재로 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아래까지 책과 잡지로 도배를 한 것 같은 사방 벽에는 장정한 책과 가제본한 책들의 단조로움을 깨기라도 하듯 여기저기 판화, 데생, 사진들이 선반의 붙박이 나무 게시판에 붙어 있을 것이다. 그중에는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성(聖) 제롬」, 「성 조지의 승리」, 피라네시의 「감옥」, 앵그르의 초상화, 클레가 그린 풍경화 소품, 콜레주 드 프랑스3) 연구실에서 찍은 르낭의 갈색 사진, 스타인버그가 그린 백화점 삽화, 크라나흐가 그린 멜란히톤4)도 있다. 창문 왼쪽으로 약간 비스듬히 놓인 로렌풍의 기다란 테이블 위에는 커다란 붉은색 압지가 깔려 있을 것이다. 넓적한 나무 그릇, 긴 필통, 갖가지 통에 펜, 클립, 스테이플러 심, 종이 끼우개 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유리 케이스가 재떨이 대용으로 쓰일 것이다. 고급스러운 금장식이 달린 아라비아풍의 둥근 검정 가죽 케이스에는 담배가 가득 들어 있을 것이다. 방향을 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챙 모양의 초록빛 반투명 유리 갓이 달린 낡은 램프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을 것이다. 테이블 양옆으로 등받이가 높은 가죽 안락의자 두 개가 마주 보고 있을 것이다. 벽을 따라 왼쪽으로 조금 더 가다 보면 작은 테이블에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많은 책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을 것이다. 짙은 녹색 가죽 안락의자를 향해 회색 철제 정리함과 밝은색 목제 서류함이 놓여 있을 것이다. 방금 지나친 테이블보다 더 작은 테이블에 스웨덴제 램프와 방수포 덮개가 씌워진 타자기가 놓여 있을 것이다. 구석에는 좁은 파란색 벨벳 침대에 갖가지 색깔의 쿠션이 놓여 있을 것이다. 방 중앙에 놓인 나무 삼각 탁자 위에는 양은과 두꺼운 종이로 만든, 오래되어 보이도록 서툴게 꾸민 지구본이 놓여 있을 것이다. 책상 뒤로는 붉은 커튼에 반쯤 가려진 칠이 잘된 서재용 나무 사다리가 레일을 따라 방을 한 바퀴 돌 수 있게 되어 있을 것이다.
-알라딘 eBook <사물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중에서 -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