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집중되게 만드는 공간적 배치는 없던 권력도 만들어 낸다. 기원전 5백 년경에 만들어진 최초의 극장인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극장을 보자. 극장의 무대는 관객의 시선 집중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무대에는 국민 누구나 배우가 되면 설 수 있다. 그 말은 국민 누구나 권력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건축적으로 특이한 사항은 이때 시선의 집중을 받는 무대의 높이다. 기존의 권력자가 시선을 받는 공간은 높은 곳이었다. 지구라트가 대표적인 예다. 지구라트에서는 가장 높은 곳의 정점에 신전을 두고 그곳에 제사장이 위치해서 주변의 모든 사람이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반면 디오니소스 극장에서는 시선 집중을 받는 무대가 객석보다 아래에 위치한다. 이로써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무대로 시선을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양도하지만 동시에 내려다보면서 권력의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건축에서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권력을 가지는 자의 시선이다. 따라서 원형극장에서는 평면상으로는 무대 위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고 단면상으로는 관객이 권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관객과 배우, 이 둘은 서로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이로써 객석과 무대에 있는 사람 사이의 균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왕이나 제사장이 아니라 일반 국민도 언제든지 시선 집중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고 평등한 권력의 공간 구조를 제공하는 디오니소스 극장이 그리스 민주주의 사회를 완성시켰다고도 할 수 있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92

우리나라의 광화문 광장 시위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내 반전 시위나 마틴 루터 킹의 정치 집회도 워싱턴 DC의 역사적 축인 링컨 기념관과 워싱턴 기념비 사이에 위치한 넓은 공간에서 열렸다. 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생기는 이러한 중요한 축의 선상에 위치한 공간을 점유한다는 것은 권력의 장악을 보여 주는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96

왜 권력의 공간은 모두 좌우대칭일까?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규칙을 찾는데,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규칙 중 하나가 시각적 좌우대칭이다. 어느 공간이 하나의 규칙을 보일 때 그 공간은 하나로 인식된다. 모든 사람이 같은 군복을 입고 있을 때 하나의 군대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좌우대칭의 공간은 하나의 규칙하에 놓인 하나의 큰 공간이 되는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47187 - P1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