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차별(ableism)이란 문자적으로 말하면 육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 여부에 따른 차별을 의미한다. 그 차별에는 눈에 보이는 제도적 차별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차별도 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열등한 존재’로 간주된다.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다양하게 그들을 ‘열등한 존재’로 고착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장애 차별은 다층적 차별과 편견을 작동시키는 가치관과 제도를 말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39
나는 의도적으로 ‘장애인(a disabled person)’이 아니라, ‘장애를 지닌 사람(a person with disability)’이라는 표현을 쓴다.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쓰면 ‘장애’만이 그 사람을 규정하는 고착된 장치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장애를 지녔다고 해서 모두 동일한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 사람의 젠더·계층·나이·인종·종교·학력·개성 등 다양한 요소가 그 사람의 삶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라는 표지로만 한 사람을 고착시킬 때 문제는 모든 장애인이 마치 젠더·계층·나이·인종·학력 등과 상관없이 ‘단일한 집합체’라고 간주하게 되며, 결국 하나의 ‘이슈’로만 보게 한다. ‘페미니즘은 여성도 인간이라는 급진적 주장’이라는 모토는 장애 문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40
글의 언어, 말의 언어, 또한 몸의 언어들이 주는 깊은 감동은 다른 곳에서 쉽사리 경험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말, 글 그리고 몸이라는 이 세 언어로 서로를 향한 사랑을 주고받는 장면은, 지극히 상업화되고 규격화된 통상적인 결혼식에서 보기 드문 것이다. 나를 포함한 열 명도 채 안 되는 하객들 모두 그 감동적인 결혼식의 증인이 된 셈이다. 교수 연구실에서 열린 서로를 향한 지순한 사랑을 함께하는 이들이 느낄 수 있었던 그 특별한 결혼식은 흔한 결혼식과 다른 점이 또 있었다. 두 사람의 젠더가 같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상 가족’인가 아니면 ‘비정상 가족’인가.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42
한국어로 ‘부모’라고 번역되는 영어 말 ‘페어런츠(parents)’는 한 명일 때는 단수로, 두 명일 때는 복수로 쓰면 될 뿐이다. 부모가 동성이든 이성이든, 또는 한 부모든 두 부모든 상관없다. 사소한 것 같은 이 단어 ‘부모’는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인 ‘정상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한부모 가정이나 동성애 가정 등을 근원적으로 배제하는 단어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44
한 사회의 언어구조는 그 사회의 가치관을 담고 있기에, 그 가치관이 배타적이 아닌 포용적인 언어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사회적 과제이기도 하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47
이 시대 전통적 가족주의를 넘어서서 새롭게 구성되는 가족은 첫째, 남성 중심의 위계주의를 넘어서서 모든 가족 구성원 간의 평등이 전제되는 ‘평등주의 가족’이다. 둘째, 어른 사람이든 아이 사람이든 모든 가족 구성원의 의견과 생각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가족’이다. 셋째, 이성애 가족만이 아니라 동성애 가족, 한부모 가족, 무자녀 가족, 트랜스젠더 가족, 다(多)부모 가족, 입양된 자녀를 둔 입양 가족, 다(多)인종 가족 등 다양한 형태를 모두 ‘정상 가족’으로 간주하는 ‘포괄적 가족’이다. 이러한 새로운 가족주의의 탄생을 촉구하고 확산하는 일은 중요한 사회적 과제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47
‘얼굴’은 한 사람이 단지 숫자가 아니라, 유일무이하고 고귀한 존재라는 인간의 개별성을 인식하는 가장 중요한 자리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우리는 얼굴을 통해서 그 타자의 존재를 인식한다. 마치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 ‘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처럼, 얼굴은 한 사람의 존재와 만나게 하는 ‘문’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57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1795년에 《영구적 평화(Zum ewigen Frieden)》라는 글을 출판한다. 칸트는 이 세계의 평화를 일구어내는 데 필요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세계시민의식, 둘째, 환대에 대한 보편적 의무, 그리고 셋째, 이 지구 위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의 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을 이루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현재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과 위기를 넘어서서 평화롭게 함께 사는 삶을 이루는 데, 직접적으로 연결된 긴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59
모든 인간은 이 지구에 손님으로, 임시 거주자로, ‘난민 디아스포라’로서 잠시 머무는 것일 뿐이다. ‘지구의 공동 소유권’이라는 의식, 또한 모든 이가 ‘동료 인간’이라는 코즈모폴리턴 의식을 가지게 된다면, 한국이라는 특정한 영토의 절대적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이 땅에 오는 이들을 적대하고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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