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복수였던 대명사 ‘그들(they)’을 이제 단수로 써도 문법적으로 맞는 시대가 되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복수가 아닌 단수로 사용되는 대명사 ‘그들’을 "2019년의 단어"로 선정했다. ‘그’와 ‘그녀’만이 아니라, 성별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대명사로서 이제 ‘그들’을 사전에 공식적으로 첨부했다. 누군가를 지칭하는 대명사의 변화는 인간 이해의 구체적인 변화와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06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라는 범주가 있다. ‘LGB’는 ‘성적 지향’에 관한 범주이고, 트랜스젠더는 ‘젠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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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나 동성애 등과 같은 인간의 성적 지향은 개인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다. 한 인간의 ‘존재방식(mode of being)’인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동성애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묻는 물음 자체가 이미 차별과 정죄의 가치를 드러낸다. 한 사람의 성적 지향이나 젠더(동성애나 트랜스젠더) 성향이 이른바 주류(이성애나 시스젠더)와 같지 않다고 해서, 찬성인가 반대인가를 묻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찬성이나 반대 투표를 하거나 소위 ‘국민적 정서나 합의’를 도출해서 그 정당성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접근방식 자체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만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17

사람들은 종교, 정치, 교육, 미디어 등을 통해서 다층적인 ‘정상과 비정상’의 논리를 끊임없이 생산·재생산하곤 한다. 이성애·동성애, 기혼자·비혼자, 유자녀 가족·무자녀 가족, 양부모 가족·한부모 가족 등을 ‘정상과 비정상’의 잣대로 재단하면서 무수한 사람을 ‘비정상의 범주’로 집어넣는다. ‘정상’의 이름으로 자신과 다른 이들의 다양한 존재방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상-비정상의 레토릭은 ‘지배와 종속의 논리’를 정당화하면서, ‘타자의 식민화’ 기능을 하게 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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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를 찬성하십니까?" 이것이 부적절한 것처럼, "동성애를 찬성하십니까"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 반인권적 질문이다. 첫째,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의 오류, 그리고 둘째, 타자의 존재 부정을 이미 담고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혐오, 여성 혐오, 난민 혐오, 이슬람 혐오, 장애 혐오 등 다양한 혐오가 점점 극단화되고 있다. 이제 "동성애에 찬성하십니까"를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당신은 혐오를 찬성하십니까, 또는 반대하십니까?" 올바른 질문을 하는 것, 성숙한 민주사회의 첫걸음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19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라는 범주 속에 트랜스젠더를 함께 넣는 것도 한계를 지닌다. 왜냐하면 "LGB"는 성적 지향에 관한 것이지만, "T(트랜스)"는 젠더 정체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집단적 범주를 지칭하는 라벨을 붙이는 것에는, 언제나 그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21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오류의 질문을 과감히 버리고, 다양한 존재방식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존재방식 자체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이것이 바로 ‘왜’는 인간의 인지 세계 너머에 있지만, "피어야 하기 때문에 피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통로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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