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시간과 영원이 만나는 기하학적 장소로서 합의된 기만이라는 특성을 띤다. 모래시계와 달리 완벽한 원형을 이루는 회중시계는 인정사정없이 돌아간다. 시계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모든 것이 별일 없이 되풀이되는 인상을 준다. 시곗바늘은 과거와 미래를 껴안고 돌아가면서도 멈춰 있는 듯한 거짓 인상을 풍긴다. 원이 면적을 속인다. 니체가 말하는 영원회귀는 이런 것이 아니다. 그는 "존재의 집"이 동일성과 영원성으로 매년 새로 지어진다고 했다. 반복은 오히려 새롭게 여는 되새김질, 뭔가를 만들어내는 되풀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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