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게서 사랑한 것을 담담히, 단순하게 표현해야 한다면, 네가 지녔던 자유를 사랑했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너 자신조차 예측할 수 없던 네 마음, 누군가가 너에게 느꼈을 수도 있던 정념을 거부하던 네 마음을 사랑했고, 다시 말해, 너의 사랑과 지성을 사랑했다. 그 까닭은 진정한 사랑과 관능적인 지성과 몸소 체험한 자유만이 우리에게 고동치며 비상하는 단 하나의 심장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너의 죽음에서 내가 알 수 없던 것들은 네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알 수 없던 것들이었다. 죽음은 삶을 숙명으로 바꾸지 않는다. 죽음은 마침내 해독할 수 있는 텍스트가 담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나는 너를 빛 속으로 달아나는 심장을 가진, 반항적이고 잡히지 않는 사람으로밖에는 상상할 수없다. - P43
나는 네가 바로 옆에 있을 때조차 다가갈 수 없는 존재라고 늘 생각했다. 그걸 알면서도 너를 사랑했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두 번 결혼했고, 수많은 관계로 이어져 있던 너. 나는 너보다 더 자유로운 사람, 더 자유롭고, 더 지혜롭고, 더 사랑이 깊은 사람을 본적이 없다. 자유와 지혜와 사랑은 세 단어이나 똑같은말이다. 각 단어가 다른 두 단어와 유리되면 알맹이도 의미도 없는 텅 빈 언어가 되어버리므로. - P44
네가 죽고 며칠 동안은 너무 괴로운 나머지 네 사진을 볼 수가 없었다. 지금은 사진을 보아도 담담하다. 너는 죽기 나흘 전에 사진을 찍었는데, 그것이 너의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사진들 속에서 나는 네 옆에 있다. 무덤덤하게 사진을 바라본다. 내게는 증거나 흔적이나 표식이 필요치 않다. 너는 내게 속한 적이 결코 없었다. 너는 단 한 번도 누구의 소유인 적이 없었다. 너는 네가 만난 사람들을 온전히 사랑했다. 그리고 이 사랑 안에서 빛나는 자유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 사진에는 자유의 이미지가 없다. 그 이미지를 담을 수 없다. 너는 사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나의 애착 안에, 내가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있다. 그리고 앙토냉 아르도 같은 시인의 언어 속에 네가 있다. - 나는 너를 보지 않고서는, 황량한 이미지들 속에 있는 네가 아닌 더 확실한 너를 보지 않고서는 아르토의 글을 다시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 P69
‘마음에 그를 품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지 않는 한, 우리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마음에 품는다는 건 사랑하는 자를 자신의 소유로 만들지 않고 마음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어떻게 영원히 줄 수 있는가?‘ 너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답을 안다. 답은 우리가 사는 동안 질문에 스민 불안을 회피하지 않는 것이다. 답은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지슬렌, 너처럼 춤추고 웃음을 터뜨리면서 질문 속에 영원히 머무르는 것이다. - P70
지혜로움이란 가장 소중한 것을 다른 이에게 제안하는 것이며, 만일 그가 원한다면,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채비를 갖춰놓는 것이다. 지혜로움, 그것은 자유를 수반한 사랑이다. 너는 알고 있을까. 붉게 타오르는 가을 하늘 저 끝과 같이, 바닥에서 60센티미터 높이에는 늘 어디에나 네가 있다는 것을.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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