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예전 읽은 책들 내용을 구구절절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원래 지나간 인연은 다시 만나지 않는 게 나은 법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그 시절 그 책들을 죽 찾아서 읽어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냥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기억들만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들은 그저 그 시기에 거기 있었기에 우연히 내게 의미가 있었을 뿐이다. 지나간 연인들도 그렇듯 말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3
비교 대상을 체험한 바 없어 단칸 셋방살이에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껴본 적 없이 남부럽지 않게(?) 살던 나는 그 책꽂이 앞에서 인생 처음으로 강렬한 부러움을 느꼈다. 그건 『리플리』의 톰 리플리가 부자 친구 디키 그린리프의 요트 위에서 느낀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친구와 인생을 바꾸고 싶은 욕망이랄까.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5
일찍부터 책 읽기의 재미에 빠져든다는 건 삶에 몇 가지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다. 중독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특히 초기에는 강박적으로 몰입하기 마련이어서 중독된 대상 이외의 것들에는 무관심해진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21
그런데 세상 모든 일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기 마련, 반대급부로 내 인생에 주어진 안전망 같은 것들도 있다. 먼저, 행복해지기 위해 그리 대단한 것들이 꼭 필요한 건 아님을 몸에 익히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행복이라고 해도 펄펄 끓어넘치고 불꽃놀이처럼 펑펑 터지는 종류의 것까지는 아니다. 그럭저럭 뜨뜻해서 고양이처럼 가르릉거리고 있을 정도의 미지근한 온기다. 그래도 그 정도가 어디 쉬운가.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23
또 한 가지 안전망은 원치 않는 관계들로 인한 억압에서 나를 지키는 내 나름의 방법이다. 개인주의자니 뭐니 해도 어차피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끊임없이 군기, 서열, 뒷담화, 질투, 무리 짓기와 정치질, 인정투쟁에 시달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걸리버 여행기』를 떠올렸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24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서 굳이 내 걱정을 해주는 척하며 비아냥대는 사람, 축하해주는 척하며 비틀린 심사를 드러내는 사람, 건설적인 비판을 해주는 척하며 험담하는 사람들이 지치지도 않고 나타나곤 한다. 어릴 적에는 나도 욱하며 어떻게든 마주 비꼬아주거나 반박하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걸리버 여행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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