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적 세계의 틀은 근대 생물분류학을 창시한 18세기 스웨덴의 자연학자 카를 폰 린네(Carl von Linné)에게서 빌려 온 것이었다. 린네의 분류 체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쉽다. 일단 식물과 동물의 표본을 종(種)으로 분리한다. - P31

그럼 좀 더 상위의 분류군으로 올라가 보자. 거기에서는 유사한 속들이 하나의 과(科)로 뭉치고 그 과는 목(目)으로, 목은 강(綱)으로 그리고 마침내 강은 분류군의 최정상에 있는 계(界)에 다다른다. 이 계는 다시 식물계, 동물계, 균계, 원생생물계, 모네라계(monerans) 그리고 시원세균계(archaea)로 세분된다. - P32

앨라배마의 모든 개미를 분류해 보겠다는 나의 엄청난 목표를 잠시 동안 듣던 그는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의 1942년 책인 『계통분류학과 종의기원(Systematics and the Origin of Species)』을 내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자네가 진정한 생물학자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하네." 라고 말했다.
단조로운 파란색 표지로 덮여 있던 그 얇은 책은 19세기의 다윈진화론과 현대 유전학을 한데 묶은 새로운 종합(宗合, synthesis)이었다. 자연사에 이론적인 구조를 덧입힌 그 책은 린네의 기획을 넓게 확장시킨 역작이었다. 한 줄기 빛이 내 마음의 한구석을 비추기 시작했고 신세계를 향한 문이 열렸다. 나는 이내 매혹되고 말았다. 생물의 진화가 분류학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학 분야들에 대해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다. 철학은 물론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함의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진화와 다른 모든 것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기 되었던 것이다. - P33

나는 이오니아의 마법(Ionian Enchantment)에 걸린 것이다. 이 표현은 물리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제럴드 홀턴(Gerald Holton)이 처음으로쓴 말로서 통합 과학에 대한 과학자들의 믿음을 뜻한다. 즉 세계는질서 정연하며 몇몇 자연법칙들로 설명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것은 단지 그럴지도 모른다는 식의 가정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깊은 확신이다. 이런 확신의 뿌리는 기원전 6세기의 이오니아에 살았던 밀레투스의 탈레스(Thales of Miletus)로 거슬러 올라간다. 2세기 후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전설적인 철학자를 물리과학의 아버지로 추앙했다. 물론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탈레스는 모든 물질이 궁극적으로 물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었다. 비록 그의 생각이 종종 고대 그리스의 사유가 가진 소박함을 보여 주는 예로 인용되기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의 생각이 세계의 물질적 기초와 자연의 통일성에 대한 형이상학을 상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P34

물리학의 거대한 통합을 시도했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골수 이오니아 인이었다. 그런 꿈이야말로 그의 가장 위대한 힘이었을 것이다. 친구였던 마르셀 그로스만(Marcel Grossmann)에게 쓴 초창기 편지에서 아인슈타인은 "직접적인 관찰로는 매우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복잡한 현상들이 실제로는 통합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나는 황홀함을 느낀다오."라고 적었다. 여기서 그는 브라운 운동을 다루는 미시적인 물리학과 중력을 다루는 거시적인 물리학을 성공적으로 합치시켰던 일을 말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말년에 모든 것을 단 하나의 검약적인 체계, 즉 공간을 시간과 운동에, 그리고 중력을 전자기력과 우주론에 묶어 보려고 했다. 그는 가까이 가기는 했지만 성배를 잡지는 못했다.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모든 과학자들은 손에 닿을 것처럼 보이나 결국 잡지 못하고 좌절하고 마는 탄탈로스(Tantalos, 그리스 신화의 등장인물로 배가 고파 과일을 따먹으려고 손을 뻗으면 과일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가 버리는 징벌을 받았다. - 옮긴이)의 후예들이다. 그들은 원자가 모든 운동을 멈추는 절대 0도에 근접하기 위해 지난 몇십 년간 온갖 노력을 다해 온 열역학자들과 흡사하다. 열역학자들은 1995년 절대 0도보다 몇십억 분의 1도 정도 높은 온도까지 접근하여 보스아인슈타인 응집물(Bose-Einsteincondensate)을 만들어 냈다. 이 응집물은 기체, 액체, 고체를 넘어서는 새로운 물질 상태이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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