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겔이 전자책과 종이책을 비교하면서 전자책에 대한 사랑이 플라토닉하다면 종이책에 대한 사랑은 에로틱하다는 비유를 사용했는데, 그 문구를 읽으면서 ‘와, 절묘한 표현이다’라고 생각했었어요. 종이책의 물성을 이것만큼 잘 표현해주는 문구를 지금까지 보지 못했거든요.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145
책의 물성에는 종이책과 우리가 맺을 수 있는 내밀함이 분명 있습니다. 마치 연인이 공유하는 내밀한 비밀처럼요. 그리고 연인 사이에만 보고 느끼고 만질 수 있는 속살처럼, 다른 사람은 전혀 모르는 나와 그 책 사이의 그런 관계는 책이 비물질적인 전자 파일로 존재할 때가 아니라, 만지고 냄새 맡을 수 있는 종이책일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죠. 물론 책을 정보와 지식을 저장하는 기능적인 측면에만 국한해서 본다면 전자책은 종이책을 뛰어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서 완전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147
조지 오웰을 아주 좋아합니다. 조지 오웰은 한때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기도 했었다고 하죠. 그가 쓴 에세이 중에서 〈책 대 담배〉라는 글이 있어요. 오웰은 책값이 비싸서 책을 사지 않고 독서도 하지 않는다는 세간의 주장이 타당한지 따져보려고 이 에세이를 썼다고 합니다. 책이 비싸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있어왔던 단골 핑계 레퍼토리였나봐요. 애연가였던 오웰은 자신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지불하는 총 비용과 책에 지출한 비용을 한번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책은 900여 권이고 총 금액은 165파운드 15실링인데, 이것은 오웰이 15년간 모은 결과이니 1년 평균으로 계산하면 11파운드 1실링을 책 사는 데 지불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자, 그럼 그는 담배에 얼마나 지출을 했을까요? 계산을 해보니 금액은 40파운드 정도였습니다. 맥주는 1년에 20파운드였구요.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154
책 읽기는 능동적인 지적 훈련입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서 남들은 하지 않았던 능동적인 두뇌 사용법을 익힌 사람은 그 ‘티’가 납니다. 어디서 나냐구요? 저는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의 고상함과 정확함 그리고 어휘의 풍부함에서 그 ‘티’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보다 더 정확한 흔적은 그 사람이 쓴 글에 나타나죠. 저는 좋은 글은 예쁜 글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예쁜 글, 이른바 미문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저는 예쁜 글보다는 진실을 표현한 글을 더 좋아합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163
입심은 타고난 재능일 수 있지만,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그 사람이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즉 글을 이해하는 훈련에 얼마나 오랜 시간을 투여했는지에 따라 좌우되거든요. 말과 글은 그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164
필사로만 글 쓰는 법을 배우면 심각한 경우 글쓰기를 아예 망치기도 합니다. 인용으로 점철되거나, 혹은 남의 글을 인용하지 않으면 글을 아예 쓰지 못할 위험이 매우 높아집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읽은 책을 주로 써먹는 방법은 논문 쓰기인데, 논문은 상당 부분 다른 책의 인용과 인용된 책의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죠. 그러다보니 이런 글의 문체는 속칭 ‘박사체’가 되고 이보다 더 나빠지면 ‘교수체’로 추락하기도 합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165
책 읽은 시간이 많았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만큼 역동적인 두뇌 활동에 시간을 투자했다는 뜻이 됩니다. 그 투자의 결과는 땅으로 꺼져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결과는 책 읽은 사람의 몸에 스며들지요. 책 읽는 사람의 몸으로 스며든 ‘책 읽은 티’는 그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의 정확성으로, 배려 있는 말투로, 설득력 있는 어조로, 쓴 글의 논리성으로, 기교를 부리지 않았지만 읽는 사람에게 감정이 전달되는 전파력으로 ‘티’가 나지요.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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