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은평구에 있는 니은서점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녹색만 슬쩍 벤치마킹했습니다. 거기에 니은서점의 감성을 더해 우리가 ‘니은녹색’이라 부르는 예쁜 녹색을 만들어냈죠. 물론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니은서점은 포르투의 렐루서점과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벤치마킹한 서점입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59

전 서재 같은 서점을 상상했어요. 저의 집에 ‘책이 있는 방’이 있는데, 가끔 그 방을 뭐라 불러야 할지 난감해요. 서재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공부방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넘치는, 서재와 공부방 그 사이에 있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니은서점을 설계할 때 누군가의 서재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서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60

역설적으로 자본 규모가 있는 대형 서점은 위탁판매 방식을 취하고 니은서점처럼 영세 서점은 현매 방식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영세 서점에 책을 많이 전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71

한 권의 책은 그 자체로도 독립적인 우주이지만, 한 권의 책이 어떤 책 곁에 있는지에 따라 그 책의 의미는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서점은 한 권의 책이 있는 곳이 아니라 책 곁에 또 다른 책이 있는, 즉 책이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지요. 서가를 구성하는 것은 책 사이에 보이지 않는 의미의 맥락을 만드는 것과도 같습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72

그래서 니은서점은 도서관식 책 분류가 아니라 니은서점만의 고유한 맥락으로 서가를 구성했지요. 책은 맥락별로 분류되어 있지만 중간중간 인물별로 분류되어 있기도 합니다. 저는 나름 그 분류 방식을 ‘니은서점 명예의 전당’이라고 부르는데요. 그 인물들은 제가 좋아하고 닮고 싶은,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들입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한나 아렌트, 테오도르 아도르노, 칼 마르크스, 에리히 프롬, 발터 벤야민, 수전 손택, 강상중, 우치다 다쓰루, 다치바나 다카시가 명예의 전당에 오른 분들입니다. 문학 쪽에서는 제발트, 스가 아쓰코, 오에 겐자부로, 조지 오웰, 오노레 드 발자크, 줄리언 반스, 레이먼드 카버, 베른하르트 슐링크, 필립 로스, 주제 사라마구, 프리모 레비, 나쓰메 소세키, 박완서, 슈테판 츠바이크가 니은서점이 사랑하는 작가이지요.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74

니은서점은 ‘북텐더 서점’이어야 하고, 그것이 니은서점의 시그니처이자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니은서점은 책만 파는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전문 서점이 되었습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82

사회학에서는 은폐 요인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사람들이 설문조사에 응답할 때 사실을 그대로 밝히는 게 아니라, 선택한 응답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었을 경우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을 할까를 신경 쓴다는 거예요. 설문조사의 결과는 당연히 익명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한 개인의 태도가 확인되는 게 아님에도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솔직한 대답이 아니라 남들이 알아도 창피하지 않은 답을 선택하는 거죠. 그러니 독서와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독서가 취미라고 대답할 가능성을 우리는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93

독서 경험이 입시와 관련된 책 읽기의 경험과 완전히 일치하는 한, 한국에서 교육을 오래 받은 사람은 독서를 싫어하게 될 동기가 더 많은 환경 속에서 오랜 기간을 보낸 셈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실 독서를 싫어해요. 지겹거든요. 대학에 가려고 책을 읽었고, 대학에 가서는 취업하려고 책을 읽었고, 취업한 이후에는 승진하려고 책을 읽었기에, 책 읽기는 쾌감의 감정과 결합한 행동이 아니라 인내, 절제, 끈질김, 참을성, 강제, 이런 단어와 결합된 행동이었으니까요. 가학 피학적 성향이 아니라면 나를 즐겁게 하는 독서가 아니라 나를 괴롭히기만 하는 독서를 좋아할 리 없습니다. 그래서 평균적인 한국인은 더 이상 독서를 강요받지 않는 지위를 얻으면 독서를 하지 않아요.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99

읽는 인간, 즉 호모 레겐스homo legens가 된 것입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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