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제시는 벤을 만나러 오곤 했다. 긴 머리, 섬광등, 대마초, 환각제. 하지만 그들은 아직 어렸다. 제시는 벌써 학교를 그만두었고, 보호 관찰관의 감독을 받았다. 롤링 스톤스가 뉴멕시코에 다녀갔다. 도어스도. 지미 헨드릭스가 죽었을 때 벤과 제시는 울었다. 재니스 조플린이 죽었을 때도. 또 기후가 거칠었던 해였다. 눈. 얼어붙은 배관. 그해에는 모두가 울었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우리는 흐름이 느린 관개수로 위로 가로 놓인 통나무를 건너 물이 맑은 쪽으로 가서 기슭에 엎드려 게릴라처럼 숨을 죽였다. 맞다, 나는 모든 걸 낭만적으로 묘사한다. 그래도 우리가 안개 속에서 오랫동안 떨면서 그러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안개는 아니었는지도. 그렇다면 틀림없이 물에서 올라온 수증기였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내쉬는 입김이었는지도.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262
3회전, 레너드가 재빠르게 훅을 날려 베니테스를 다운시켰다. 베니테스는 곧바로 일어나 멋쩍게 웃었다. 당황한 것이다.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나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 순간 갱의 모든 남자들이 베니테스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중간에 광고를 할 때도 그랬다. 샘은 시합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담배를 말아 사람들에게 돌렸다. 밀턴은 6회전이 진행 중일 때 와서 갱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베니테스가 이마를 맞은 순간이었다. 이 매치에서 그의 유일한 상처였다. 밀턴은 베니테스의 피가 그들 모두의 눈에, 그들에 땀에 반영되는 것을 보았다. "생각한 대로군……. 여러분은 모두 질 사람을 응원하고 있어요." "조용! 8회전 시작." "자, 자, 베니테스, 다운되지 마." 그들은 이기라고 베니테스를 응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다운만 되지 말라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계속 싸웠다, 다운되지 않았다. 그는 9회전에서 잽을 맞고 레프트 훅을 맞으면서 로프에 밀렸고, 라이트 훅이 그의 마우스피스를 날렸다. 10회전, 11회전, 12회전, 13회전, 14회전. 그는 케이오되지 않고 싸웠다. 갱 안의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샘은 잠이 들었다. 마지막 라운드 공이 울렸다. 경기장이 얼마나 조용했는지 슈거 레이가 속삭이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아니, 세상에. 아직도 서 있네." 하지만 베니테스가 바닥에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가톨릭 신자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그러듯 아주 잠깐. 싸움이 끝났음을 의미하는 아주 작은 경의의 표시랄까. 그는 졌다. 칼로타는 작게 말했다. "하나님, 제발 절 도와주세요."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268
바람 소리와 빙빙 도는 개 떼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어떤 때는 그 고요가 좋았다. 하지만 레이더 원반이 돌면서 밤이고 낮이고 끼깅끼깅 구질구질하게 곡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처음에는 신경이 곤두섰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부터는 그 소리가 점차 처마 밑 풍경 소리처럼 위안이 되었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272
달. 맑은 밤 뉴멕시코의 달 같은 달은 없다. 산디아산맥 위로 떠오르는 달. 고요히 내린 흰 첫눈처럼 한없는 불모의 사막을 달래주는 달. 라이자의 노란 눈에도 멀구슬나무에도 비치는 달빛. 세상은 무심히 돌아가지. 인생이 별거야? 심각할 거 없지 않느냐는 거야. 그런데 가끔 가다, 아주 잠깐, 어떤 은총이 찾아와, 인생은 별거라는, 소중하다는 어떤 믿음이.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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