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유럽 - 당신들이 아는 유럽은 없다
김진경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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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리아 반도에서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무슬림들을 몰아내고, 종교와 무력으로 15세기 대양으로 진출하면서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를 차례로 식민지화 했던 유럽의 역사를 우리는 그들의 시각에서 배웠습니다. 그들을 이어 신구교의 혼란기를 딛고 영국과 네덜란드가 17세기 초 각각 인도와 인도네시아에 동인도회사를 필두로 그 세력을 더 넓히게 되었고, 다시 그 헤게모니는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초토화된 구대륙 유럽에서 신대륙 미국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거의 80년이 지나 오늘에 이르고 있죠. 아마 이 정도가 우리의 유럽에 대한 서구에 대한 근현대사의 기초 지식 수준일 겁니다. 


저자는 언론사 기자를 거쳐 유럽인과 국제 결혼을 통해 현재 유럽에 두 자녀와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자유기고가로서 시사인에 칼럼을 쓰고 있죠. 

최근에도 유럽의 메신저 앱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흥미로운 내용을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럽 학계에서 크게 주목 받는 미디어 이론 중 하나가 ‘디지털 식민주의(Digital Colonialism)’다. 과거 유럽 제국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을 식민화하고 자원을 침탈했듯이, 현재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를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을 이용해 식민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시사IN, 2021.11.16) 

여기에는 과거 식민지 지배자였던 유럽 역시 그 피지배자의 입장에 서게 되었다는 아이러니가 깔려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책 <오래된 유럽>의 현재의 유럽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체 4부 중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대목은 코로나19, 교육, 기본소득, 이방인(무슬림) 등 입니다. 

개인의 자유를 공익에 우선하는 서구의 자유주의 문화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은 느슨하거나 아님 단순한 락다운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처럼 마스크를 의무착용하고 정부의 방역 및 거리두기 지침을 철저히 준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자국교포를 위해 마스크를 보내주는 한국을 부러워할 처지가 된 유럽의 민낯이 드러나는 상황입니다. 

핀란드와 덴마크로 대표되는 공교육과 사교육(대안교육)을 부러워 하고 입시위주의 한국 교육현실에 자괴감을 느껴왔던 우리들은 유럽의 교육시스템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언뜻 보편적 평등 교육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소수의 엘리트 입시교육 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직접민주주의를 정치에 적용하고 있는 스위스의 기본소득 투표 사례와 그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난민문제로 더 부각된 유럽의 무슬림화에 대한 현주소와 지향점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 입니다. 


이 책에서 다룬 테마들이 단순히 과거 유럽과 현재의 유럽이 같지 않다는 지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서구 중심의 세계사와 거기서도 핵심이었던 유럽의 역사가 현대 유럽의 모습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소득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더 나아가 그들의 문제가 그들만의 것이 아니기에 그들의 변화된 민낯을 우리의 현실에 투영하여 우리 또한 겪고 있는 여러가지 현안 이슈들에 대해 더 나은 접근방식에 대한 해법을 찾고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또 다른 메시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더 이상 유럽과 서구의 표준이 글로벌, 아니 우리의 표준이 될 수 없다는 것에서 우리의 시선은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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