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가 평생 자기 파멸에의 열정에 사로잡혔던 이유에 대한 해명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술했듯이 남보다 많이 가진 자로 태어난 데 대한 죄의식이 그중 하나다. - <인간 실격>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29283 - P234
다자이 오사무는 우리를 위해 부(負)의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이기조차 하니까."(「다자이 오사무론」)라는 공통된 인식하에 ‘무뢰파 문학’, ‘퇴폐주의 문학’으로 불리며 다자이 문학은 패전 후 일세를 풍미했다. 요시모토 다카아키에 의해 "일본 근대에 처음으로 ‘영혼’의 부(負)의 행방을 확정지어 가시화시킨…… 예전에 그 아무도 이르지 못했던 부의 순교자"(「다자이 오사무」, 1976)로 정리되고 있다. - <인간 실격>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29283 - P236
모든 가치관, 윤리관이 전도된 패전후 문학의 첫 페이지에 다자이, 사카구치 같은 부끄러워할 줄 아는 작가가 놓인 것은 그나마 일본 근대 문학사에 있어 다행한 일이라고 하겠다. - <인간 실격>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29283 - P238
가토 노리히로는 「패전후론」(1997)에서 다자이의 희곡 「겨울의 불꽃놀이」(1946)의 "졌다, 졌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해. 망한 거지. 멸망한 거라고. 일본 구석구석까지 점령당하고 우린 한 명도 빠짐없이 포로인데. 어쩜 그걸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고, 시골 사람들은 바보야."라는 부분을 인용한 다음, 전쟁 중에 협조하라는 당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용케도 군국주의 체제에 저항했던 나카노 시게하루(1902~1979), 다자이 오사무가 전후에 주류가 된 ‘전후파 문학’이라는 범주에서 배제되어 구 프롤레타리아 문학이니 무뢰파 문학이니 하는 범주로 옮겨진 것은 이들만이 전후 일본 사회의 일그러진 현실을 제대로 인식했던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인간 실격>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29283 - P237
"전쟁에 졌기 때문에 추락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추락하는 것이고, 살아 있기 때문에 추락하는 것이다……. 인간은 추락할 수 있는 데까지 추락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도 인간과 함께 떨어져야 한다. 떨어질 데까지 떨어져서 자기 자신을 찾아내고 구원해야 한다. 정치에 의한 구원 따위는 피상적인, 웃기는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사카구치 안고, 「타락론」, 1946)라는 인식하에 끝까지 추락해 가던 이들 무뢰파 문인들이, 배신감에 사로잡혀 있던 패전 후의 일본인들에게 열광적으로 수용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렇다면 최근의 재평가 움직임은 무엇 때문일까? - <인간 실격>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29283 - P239
와타나베 요시키, 도고 가쓰미 등의 다자이 연구가는 세상을 합법적 세계에 속하는 남성 세계와 비합법적 세계에 속하는 여성 세계로 나누어, 사회의 실세를 형성하고 있는 남성 지배 세계에서 소외된 주인공 요조가 결국은 어느 세계에도 귀속하지 못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작품론 다자이 오사무』, 1976) - <인간 실격>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29283 - P241
타산과 체면으로 영위되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세상과 확고하게 틀 잡힌 듯한 사회 질서의 허위성, 잔혹성을 「인간 실격」만큼 명확하게 드러낸 작품도 드물 것이다.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하고자 애쓰고 순수한 것, 더럽혀지지 않은 것에 꿈을 의탁하고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가는 패배의 기록인 이 작품은 그런 뜻에서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고발 문학이라 할 수 있다. - <인간 실격>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29283 - P242
다자이가 이 작품에서 예수와 유다 양쪽에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외곬이며 질투 많고, 애정과 증오 사이에서 흔들리는 유다 상의 조형은 다자이의 유다에 대한 관심의 크기를 나타낸다. - <인간 실격>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29283 - P245
다자이 문학의 한 특징이 되고 있는 요설체(饒說體) —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 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다의 혼란한 심정을 부각시키고 있나 하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 <인간 실격>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29283 - P246
다자이가 평생 갈망하던 무구하고 순수한 것, 아름다운 것을 대변하는 예수와 약하고 평범한 인간이기에 열등감에 시달리고 배반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유다는 다자이의 분신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실격」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술집 마담의 "우리가 알던 요조는, 정말이지 순수하고, 자상하고,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처럼 좋은 사람이었어요."라는 술회는 여기에 결부된다 하겠다. - <인간 실격>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29283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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