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거울에서 물러나 침대로 갔다. 침대는 아직 흐트러진 채였다. 그녀는 이불을 걷어 아무렇게나 접은 뒤 벽장에 넣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침대보를 매끈하게 펴고는 똑바로 누워 다리를 곧게 펴고 양팔을 옆구리에 붙였다. 그녀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그대로 누워서 천장을 빤히 바라보며 오전이 지나고 긴 오후가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124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그녀의 몸이 움직였다. 갑자기 그녀의 손이 짐승의 발톱처럼 그를 향해 튀어나오는 바람에 그는 하마터면 흠칫 물러날 뻔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그의 옷을 찢어버릴 듯이 움켜쥐고 그를 침대 위 자신의 옆자리로 잡아당겼다. 뜨겁게 벌어진 그녀의 입술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손은 그의 몸을 더듬고, 옷을 잡아당기며 그를 구하고 있었다. 커다랗게 뜬 눈은 그동안 내내 흔들림 없이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눈이 아닌 것처럼,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125
그 후 두 달은 윌리엄과 이디스가 유일하게 열정에 잠긴 기간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는 별로 변화가 없었다. 스토너는 서로의 몸을 끌어당기는 그 힘이 사랑과는 거의 관계가 없음을 금방 깨달았다. 두 사람은 강렬하면서도 냉정하고 단호하게 몸을 겹친 뒤 서로에게서 떨어졌다가 다시 몸을 겹쳤다. 욕구를 아무리 충족시켜도 물리지가 않았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126
이디스는 6월에 임신하자마자 앓아눕더니, 아기를 기다리는 동안 내내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거의 그녀가 임신하던 바로 그 순간, 그러니까 달력과 의사의 진단을 통해 임신 사실을 확인하기도 전에, 두 달 가까이 그녀 안에서 날뛰던 윌리엄에 대한 굶주림이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남편에게 그의 손이 닿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심지어 그가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마치 그녀를 범하는 행위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들의 굶주린 열정은 기억 속에 묻혔고, 마침내 스토너는 그것이 자신들 두 사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꿈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127
그녀는 그와 함께 식사하는 것을 싫어했지만, 저녁식사 후에 그와 함께 연한 차를 마시는 시간에는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저녁에 잠깐 동안 두 사람은 조용히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 친구나 이미 감정이 소진된 원수들처럼. 그러고 나서 이디스는 금방 잠이 들었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127
그레이스는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예쁜 아이였다.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금발은 아직 솜털 같았다. 빨갛던 피부도 며칠 만에 반짝이는 황금색이 깃든 분홍색으로 변했다. 아이는 잘 울지 않았으며, 마치 주위 환경을 잘 인식하는 것 같았다. 윌리엄은 아이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이디스에게 줄 수 없는 사랑을 딸에게는 줄 수 있었다. 그는 아이를 돌보는 일이 이렇게 기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128
그렇게 해서 윌리엄은 1년이 넘도록 살림을 하면서 자기 몸을 스스로 돌볼 수 없는 두 사람을 돌봤다. 그는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학생들의 과제를 채점하고 강의를 준비했다. 출근하기 전에는 그레이스에게 아침을 먹이고, 자신과 이디스가 먹을 아침식사와 자신의 점심 도시락을 준비했다. 도시락은 서류가방에 넣어 학교로 가지고 갔다.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쓸고 닦고 청소를 했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128
그래서 그레이스 스토너가 태어난 뒤 처음 1년 동안 접한 것은 오로지 아버지의 손길, 아버지의 목소리, 아버지의 사랑뿐이었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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