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니것은 위선을 떠는 모습 말고 별도의 자아란 없으니, 위선 떠는 데 유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죠.
그렇다면 위선의 빤스를 입은 사회는 하의 실종의 야만 상태보다는 나을 겁니다. 누가 아나요? 위선을 계속 떨다 보면, 예식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다 보면, 어떤 내면이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논어』에는 그런 입장을 뒷받침하는 듯한 문장이 있습니다. 본성이 "거기서 거기(相近)라고 해도 후천적인 반복 훈련(習)에 따라 사람은 크게 달라질수 있다(相遠)는 취지의 언명이 있죠.(性相近也, 習相遠也.) - P134

즉 예를 꾸준히 지키다 보면, 단순히 예라는 행동을 반복하는 단계를 넘어서, 예를 지키는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모르죠. 마치 아름다운 그림을 보다 보면,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단계를 넘어서,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 P135

예를 따르는 일에 관련하여 기존의 전통, 다수의 의견, 그리고 개인의 판단이라는 세 가지 잣대를 제시한 뒤에, 결국 공자는 개인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있죠.
과거에 어떻게 해왔든, 다수가 어떻게 생각하든, 합당한 근거가 있다면 자기 길을 가고 말겠다는 자아(吾)의 목소리가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외적인 행동 규범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행동 규범 자체를 바꿀 수도 있는 존재들이라는 거죠. - P137

선생님께서 병이 위중하자, 자로가 기도를 청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것이 있느냐?"
자로가 대답하기를, "있습니다. 기도문에서 말하기를, ‘위아래 신령에게 그대를 위해 기도하노라‘ 라고 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기도는 오래되었다."

子疾病,子路請禱,子曰,有諸,子路對曰,有之,謀曰,
禱爾于上下神祇,子日,丘之禱久矣,

『논어』 「술이 편 중 - P149

버나드 쇼는 말했다. 무지보다 위험한 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무지보다는 가짜 지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마치 『논어』에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앎이다" 라고 한 것처럼(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 P151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따라서 인간에게 결함이 있다고 놀랄 필요는 없다. 결함이 있더라도 자신의 결함을인지할 수 있을 때는 아직 희망이 있다. 결함을 안다고 해서 곧 결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결함을 보완하고자노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가 결함인지조차 모르는 상태라면 절망하기에 충분하다. - P151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려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려면, 무능을 넘어 배우는 일 자체에 대해 배우려면, 메타meta 시선이 필요하다. 공자가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 했을 때, 거기에는 극복 대상이 된 3인칭의 자아뿐 아니라, 대상화된 자신을 바라보는 1인칭의 자아가 동시에 있다. 메타 시선을 장착한 사람은 대개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발언을 삼가는 사람, 자신이 알 수 없는 큰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무지를 선언한다고 해서 그가 곧 메타 시선을 장착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 P152

메타 시선이 있는 이는 무지를 그저 선언하기보다, 질문한다. 『논어』 속의 공자는 제자들 질문에 답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질문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공자는 묘당에 들어가면 매사를 물었다.(子入太廟, 每事問) 늘 그렇듯, 인기를 끄는 이에게는 시기와 험담을 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마련, 사람들은 말한다. "누가 공자보고 예를 안다고 했나? 매사에 묻기만 하는데."(敦謂郡人之子知禮乎, 入大廟, 每事問) 그러자, 공자는 말한다. "그렇게 묻는 것이 예이다."(是禮也.) - P153

"누가 공자보고 예를 안다고 했나?"
그러나 공자는 질문한다.
몰라도 아는 척을 하거나, 알아도 침묵하거나, 아는 것을 가지고 꼰대질을 하는 대신, 질문하기를 선택한다. - P154

자로가 귀신을 섬기는 일에 대해 묻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도 섬기지 못하는데 어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는가?"
"죽음에 대한 감히 묻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삶도 아직 모르겠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는가?"
季路問事鬼神, 子日, 未能事人, 焉能事鬼, 敢問死, 日未知生, 焉知死.

『논어』 「선진 편 중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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