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못 견디게 지겨워졌던 찰나 연재는 정해진 레일을 이탈했다. 하필 견딜 수 없었던 그날이 체육대회였던 건 유감이었지만. 연재는 커브길에서 방향을 틀지 않고 그대로 질주했다. 사방이 고요해졌다. 힘차게 응원하던 소리가 멀어져서 들리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연재의 돌발 행동 때문에 모두가 얼어붙은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연재는 그저 더 빨리 뛰라는 목소리가 지겨웠을 뿐이고 그렇게 레일을 벗어나 학교 정문을 통과해 막다른 길이 나올 때까지 계속 달렸다. - <천 개의 파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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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열한 살의 자신은 운동장이 아니라 이 동네를 떠나고 싶어 필사적으로 달렸던 게 분명했다. 이 동네를 벗어난다고 해서 갈 곳이 마땅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하지만 이런 생각조차도 현실을 살아가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순간의 변명밖에 되지 않았다. 간절하게 원했다면 진작 뛰어나갔어야 했다. 지금 이 생각이 들기도 전에 말이다. - <천 개의 파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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