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란 단어는 얼마나 두근거리는 느낌인가. 아니, 사실 어떤 일이든 처음은 두렵다. 생애 처음으로 했던 일들을 생각한다.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2
그렇게 우리의 모든 감정과 마음 씀씀이는 상황에 따라 매 순간 움직인다. 언젠가 처음 들었던 라디오 광고 중 이런 구절이 기억난다. "옷장 속에 오래도록 입지 않은 옷이 가득 차 있다면 그 옷들은 유행에 뒤진 것들이라는 뜻이다. 버려라." 언제부터 우리가 그렇게 잘살게 된 걸까? 그때만 해도 처음 듣는 문구 ‘버려라’는 내게 몹시 참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생각해보니 버릴 것이 너무 많다. 준 것보다 훨씬 덜 받았던 것만 같은 관계의 기억, 마음 곳곳에 오랜 먼지처럼 쌓여있는 미움과 분노의 기억부터 털어버리는 거다.
가슴 두근거리던 모든 처음에 건배, 모든 중간에도, 그리하여 드디어 모든 마지막을 위하여 건배. 삶은 누구에게나 작든 크든 그저 의미 있는 여행이며 선물이기를.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5
"덕선아 나 져도 되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바둑기사인 택이가 덕선이에게 하는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바라는 건 이런 게 아닐까? "나 져도 되지?" "나 못해도 되지?" "나 살쪄도 괜찮지?" "나 늙어도 괜찮지?" 사랑, 그건 나의 아픈 곳을 쓸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내가 욕하는 상대를 같이 실컷 욕해주며 괜찮다, 괜찮다, 그렇게 말해주는 게 아닐까?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6
햇볕과 공기와 꽃들과 사랑을 주고받았던 사람들과 동물들, 세상의 모든 풍경들과 함께했던 순간들로 행복하다. 내 부모를 부모로 만나 더할 수 없이 행복하다. 내 형제가 세상을 떠났어도 함께했던 기억들로 행복하다. 오늘 같은 겨울날, 늘 오빠 같던 어린 동생의 손을 잡고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나와 후후 불어가며 뜨거운 만두를 사 먹고 집까지 걸어오던 옛 기억이 행복하다. 세상을 떠난 동생이 캄캄한 하늘의 별로 떠서 내 길을 안내해주는 것 같아 슬프지만 행복하다.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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