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늘어지는 소리에 짜증이 났었다. 노래까지 잘하려고?공부도 잘하고 허들도 잘 넘으면서? 하나쯤은 나를 위해 남겨둬도 되잖아. 재훈은 누나랑 형이 엄마 뱃속에서 좋은 건 다 가져가고 근종만 남겨둔 게 아닐까 늘 불만이었다. 그런데 이제묘한 능력이 생긴 것이다. 왜인지, 무슨 용도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걸 기다려왔다. 재훈만의 특별한 것. 오로지 재훈만의 것. - P29
재훈이 몰랐던 것은 그와 유사한 변화가 재인과 재욱에게도일어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알았으면 아무래도 덜 기뻤을 테다. 소통이 활발하지 않은 남매 사이여서 다행이었다.재인은 물론 재훈에 비해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서른한 살이면 배스킨라빈스의 모든 맛을 한 번씩은 다 먹어본나이였다. 단종되고 교체되는 맛까지 합치면 생각보다 더 풍부한 맛을 말이다. 꽃잎 모양 브로치를 달고 마법 소녀가 되어달라는 요청 같은 걸 받아들이기에는 확실히 늦어 있었다. - 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