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산업혁명이 아톰을 비트로 바꾼 것이라면, 4차산업혁명은 비트가 다시 아톰이 되는 것을 뜻한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소프트웨어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는 그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본보기다.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199
10년 전인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월스트리트 저널에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라는 제목의 인터뷰가 실렸다. 인터뷰이는 마크 앤드리슨, 우리가 인터넷을 쓸 때 이용하는 상업용 브라우저 ‘모자이크’를 처음으로 만든 천재 개발자 출신 투자자다.•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00
그는 설명한다. ‘오늘날(여기서는 2011년) 세계 최대의 서점인 아마존은 소프트웨어 회사다. 이전까지 최고의 서점이었던 보더스는 파산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마존은 킨들을 종이책보다 더 열심히 팔고 있다. 책도 소프트웨어가 됐다. 현재 가장 큰 비디오 서비스 회사도 소프트웨어 회사다. 넷플릭스. 세계 최대의 비디오 체인이었던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에 의해 어떻게 무너졌나 하는 건 이미 낡은 이야기다. 컴캐스트, 타임워너와 같은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업계의 강자들이 임박한 위협에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지배적인 음악서비스 회사들도 소프트웨어 회사다. 애플의 아이튠즈, 스포티파이 그리고 판도라. 세계 최고의 직접 마케팅 플랫폼은 소프트웨어 회사인 구글이다.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통신서비스는 스카이프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소프트웨어는 모든 산업부문에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므로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주가가 지나치게 높은 게 아니냐고 의문을 가질 시간에 이 새로운 회사들이 어떻게 일을 해나가고 있는지, 그런 변화들이 결국 어떤 결과를 낳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고 이해하는 게 옳다’고 그는 결론 짓는다.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02
오바마는 "디지털 경제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학생들로 하여금 컴퓨팅적 사고능력computational thinking skills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왜 프로그래밍 능력이나 코딩 능력이라고 하는 대신 컴퓨팅적 사고능력이라고 한 걸까?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05
컴퓨팅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는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일반화하는 과정이다.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Open-ended Problem는 다양한 변수에 기반한 포괄적이며 유의미한 해답도출이 필요한데, 컴퓨팅 사고를 통해서 발견한 문제 분해decomposition, 자료 표현data representation, 일반화generalization, 모형modeling, 알고리듬이 필요하다. 먼저 발생한 문제를 파악하고 구조화한 후, 그에 맞는 알고리듬을 도입해 단계별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컴퓨팅적 사고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다.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08
아래 4가지 절차를 거친다면 이것은 컴퓨팅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분해: 자료, 과정, 문제를 작고 다룰 수 있는 부분으로 나누기 패턴 인식: 데이터 안에 있는 패턴, 동향, 규칙들을 관찰하기 추상화: 이 같은 패턴들을 만드는 일반 원칙 정하기 알고리듬 설계: 이 문제나 유사한 문제를 풀기 위한 단계적 방법 만들기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09
요약하면 컴퓨팅적 사고능력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그 중에서도 단답형이 아니라,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크고 복잡한 문제를 작은 단위로 나누어 다룰 만한 크기로 만든 다음, 그 안에 있는 패턴이나 규칙을 찾아내고, 이것을 일반화해서 비슷한 유형의 문제는 다시 고민하지 않고도 풀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이것을 방법으로 만든다면 그것이 알고리듬이 된다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10
한국의 교육이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논리적 사고력, 즉 컴퓨팅적 사고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지기를 기원해 마지 않는다. 세상의 문제의 대부분은 정의되지 않은 채로 던져진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는 지금, 주어진 문제에서 답을 찾으라는 사지선다형의 교육은 말 그대로 시대착오다. 문제를 판별하고 정의해내는 능력, 혼자서 해결책을 찾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참된 교육이다.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11
그리고 한국. 지독한 농약이 휩쓸고 지나간 토양처럼 이곳의 생태계는 무섭도록 황폐하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제 거의 아무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고등학교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보인 젊은이들은 예외 없이 의대를 지망한다. 문과 출신 졸업생들이 모두 법대를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10년 뒤 이들이 사회를 떠받치게 될 때쯤 한국은 극심한 인재의 불균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골목골목에 오로지 성형외과가 아니면 변호사 사무실이 있을 뿐인 나라. 변호사가 하릴없이 성형을 하고 의사가 소송을 거는 품앗이라도 해주지 않으면 돈이 아예 순환이 되지 않을 나라.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16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 같은 진짜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상속업, 자본 몰아주기업 내지 ‘팔 비틀어 모조리 용역’업 따위 정체불명의 일을 하는 회사들을 차례로 지워가는 서글픈 풍경만이 우리 앞에 남아 있다면 그것은 정말 비참한 노릇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주지 못하는 나라는 이미 망한 나라다. 우리는 모두 죄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재기발랄하고 영특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되돌려 줄 때다.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27
암호에는 2가지 영역이 있다. 하나는 ‘해독’의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훨씬 중요한 ‘전달’(키 관리라고도 한다)의 영역이다. 해독에는 ‘두뇌’가 필요하고, 전달에는 ‘엄청난 돈’이 든다.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30
그렇다면 코드북을 ‘전달’하지 않고 암호를 교환할 수는 없을까? 독창적인 시도들이 있다. 지금부터 함께 놀라운 ‘비대칭 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비대칭 키란 말 그대로 암호문과 평문(암호화하기 전의 보통 글)이 일대일로 매칭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35
갑과 병’, 즉 개인 키로 자신의 자물쇠를 잠글 수 있는 것은 본인뿐이므로, 한 번 잠근 내용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못한다. 이를 ‘서명’이라고 하며, 때에 따라 ‘부인 봉쇄’, 즉 "자신이 서명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라고 한다.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39
편지를 받을 사람의 공개 키, 즉 갑과 을로 채워 보낼 때, 오직 갑과 병, 즉 개인 키를 가진 진짜 상대만이 그것을 열 수 있다. 이를 ‘암호화’라고 한다. 공인인증기관에 가서 받을 사람의 공개 키를 얻어다가 암호화를 한 다음, 그 사람에게 보내면 그 편지를 도중에 누가 가로채든 아무 상관이 없다. 본인이 아니라면 열어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40
사이트에 로그인을 하려 하든(인증), 안전하게 편지를 쓰려 하든(암호화), 믿을 수 있는 계약을 하려 하든(서명과 부인 봉쇄와 암호화), 호적 초본과 주민 등록 등본을 떼려 하든(인증과 서명, 암호화), 기실 암호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네트워크의 세기는 곧 암호의 세기다.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40
역사가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계몽주의가 나타나면서부터다. 물처럼 고여 있던 시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계몽주의는 둥글게 순환하던 시간을 과거에서 미래로 일직선으로 곧게 펼쳤다.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41
아주 궁금하고, 또 간절히 바라는 것은, 계몽주의의 자식인 이 ‘끊임없는 발전’을 인간을 위해 제어할 방법, 또 다른 철학이다. 인간이 발전을 제어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갈수록 분명해져 가고 있다. ‘세계화’에 대한 가장 강력한 변명, 세계화에 대한 가장 단호한 명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은, 우리가 발전을 제어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람의 입, 사람의 귀, 사람의 손, 사람의 마음은 더 발전하지 않는다. 역사의 어디쯤에선가 우리가 원할 때 "이제 그만 충분하다"라고 속도를 늦추고, 멈춰 쉴 수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무엇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8512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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