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파리한 얼굴, 헐렁한 후드 티와 바지를 입은 모습이 노을 진 숲으로 희미하게 번져갔다. 발은 맨발이었다. 아이는 한쪽 팔을 히코리 나무 몸통에 감고 미동 없이 서 있었다. 차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자갈로 된 진입로 끝까지 들어와 몇 미터 앞에서 멈춰 섰는데도 꼼짝하지 않았다. - <숲과 별이 만날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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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형광등에 아이의 볼이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로 되돌아간 것처럼. 수도꼭지가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잠겼다. - <숲과 별이 만날 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053 - P24

그녀는 깜깜한 침실로 들어가서 낡은 『제5도살장』을 집어 들고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소파 끝, 아이의 발 옆에 자리 잡았다. 외계인이 물었다.

"무슨 책이야?"

"『제5도살장』이라는 책이야. 외계인이 등장해." - <숲과 별이 만날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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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씻으면서 거울에 다가가 건강한 빛을 발하는 피부와 햇빛에 살짝 바랜 머리카락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얼굴은 전보다 핼쑥했고 머리는 아직 뒤로 묶을 만큼 자라지 않았지만 거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거의……. 거울 속 녹갈색 눈이 비웃었다. 거울 속에 비친 건 옛날의 조일까, 아니면 거의 조에 가까운 다른 인물일까? 그녀는 세면대를 잡고 머리를 숙여서 시커먼 배수구를 응시했다. 아마 앞으로도 지금처럼 두 개의 자아가 한 몸에 공존할 것이다. 스위치를 내리자 거울 속 여자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숲과 별이 만날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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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연락처에서 태비의 얼굴을 불러왔다. 장난스럽게 줄무늬가 그려진 고양이 귀를 착용하고 플라스틱 금붕어를 마치 담배처럼 입술에 대고 있는 사진이었다. 대학교 2학년 때 실험 파트너로 만난 이래, 태비는 조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으며 조와 마찬가지로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었다. 알아주는 수의과대학원에 들어가서도, 종종 옥수수와 대두 밭보다 나은 환경이 있는 학교로 옮기지 않은 것을 한탄하곤 했다. 전화벨이 울린 지 세 번 만에 태비가 받았다. - <숲과 별이 만날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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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조조."

"소시지 동네는 잘 있는가?"

태비는 일리노이 시골 도시 이름이 ‘비엔나’인 게 너무 웃긴다며 오스트리아 수도보다 비엔나라는 이름을 쓰는 소시지와 더 연관이 있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었다. 조가 말했다.

"내가 비엔나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 - <숲과 별이 만날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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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할 때까지 흐느꼈다. 조는 뒷좌석 문을 열고 안전띠를 풀어서 아이를 안아주었다. 그녀의 평평한 가슴에 처음으로 누군가의 머리가 닿았다. 하지만 아이는 거기에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구슬피 울어댔다. - <숲과 별이 만날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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