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잘 듣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은 지그시 새어 나오는 그의 말이 아니라 담담한 비언어적 표현으로 드러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듣는다’는 표현 속에는 그의 무의식적인 몸짓과 눈빛, 감정의 떨림을 알아본다는 ‘통찰’의 의미가 나란히 담겨 있다. - <은둔의 즐거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1105 - P8

스치듯 지나는 사람과의 헤어짐은 물론 지금 내 마음을 휘감고 있는 감정이나, 익숙한 상황과의 헤어짐도 모두 이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이별은 필연적으로 상실로 인한 존재의 고독을 불러일으킨다. - <은둔의 즐거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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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특별하고 은밀한 시간을 ‘은둔’이라 부른다. 은둔은 나에게 투명 망토를 쓰는 것처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되면 나는 평소에 하지 못했던 나쁜 짓을 시도하는 부정의 일탈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몰입의 시간을 만끽한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몰입하는 동안 잠시나마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나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충전한다. - <은둔의 즐거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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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망토를 입고 벗는 것처럼 내가 그 감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을 때 고독이 주는 외로움보다 고독이 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런 자유로운 고독의 시간이 바로 즐거운 은둔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 <은둔의 즐거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1105 - P12

이때 느끼는 ‘혼자’라는 감정은 내가 점점 고립되어가는 외로움이 아니라, 삶의 좀 더 깊은 본질을 경험하게 하는 더 ‘좋은 고독’에 다가가게 한다. 좋은 고독은 내 삶의 면역을 키우는 가장 훌륭한 치료제이기도 하다. - <은둔의 즐거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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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막장에는 ‘더는 갈 곳이 없다’라는 숨 막히는 절망과 ‘이제 그만 멈춘다’라는 포기, 그리고 ‘갱도를 개척한다’라는 희망이 공존한다. 김훈이 자신의 서재를 막장이라 말한 것도 그곳이 절망과 포기와 희망을 선택할 수 있는 지적 교차로였기 때문일 것이다. - <은둔의 즐거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1105 - P18

김훈에게 서재가 결연함이 감도는 막장이라면 나에게 서재는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돌릴 수 있는 ‘장막’이다. 장막은 노천에서 비바람을 막기 위해 둘러치는 막을 말한다. 나는 서재에 있을 때면 언제나 삶의 거친 비바람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 <은둔의 즐거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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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읽는 책은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휴식과 위안을 위해 읽는 책은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시험을 치를 필요도 없고, 실천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되니, 책을 잘 읽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들지도 않는다. 풍경을 감상하듯 아름답게 펼쳐진 언어를 즐기며 잔잔히 풍기는 문자 향만을 느끼면 된다. - <은둔의 즐거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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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을 통해 다시 환생할 수 있기에 지금처럼 달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달과 마찬가지로 사람들도 삭의 시간을 가지며 때 묻은 마음, 질투 어린 미움, 한때의 잘못으로 인한 부채감 같은 부정적인 마음을 비워내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은둔의 즐거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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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나는 생각도 마음도 무리하게 욕심내지 않고 멈추는 삶을 살기 위해 애쓰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실수를 하는 날이면 더 이상 나를 다그치지 않고 내가 너무 쉬지 않고 달려왔구나, 나를 위로하며 잠시 사라지는 삭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런 시간이 존재했기에 나는 지금껏 넘어지지 않고 나만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삭의 시간은 달이 내게 선물해준 삶의 깨달음이었고 나는 그 소중한 시간을 ‘은둔’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 <은둔의 즐거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1105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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