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또한 ‘저것’이다. ‘저것’ 또한 ‘이것’이다. 장자는 이것과 저것의 대립이 사라져버린 것을 ‘도道’라고 했다. 대립되는 두 개념이 사실 하나의 개념이라는 생각은 동양인들에게 익숙한 철학이다. 음양陰陽의 조화라든가 중용中庸 같은 것도 대립하는 개념 사이에서 옳은 쪽을 찾기보다 둘을 조화시키는 동양의 지혜다. 논리적으로만 보자면 대립되는 두 명제 가운데 하나가 참이면 다른 하나는 거짓이다. 이런 이분법은 선악 개념에 기초한 기독교에서 친숙하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대립물을 하나로 보는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지도 모르겠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55
20세기 초 현대물리학, 특히 양자역학이 발견한 것은 어찌 보면 동양의 오래된 지혜였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개념이 혼재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본질이라는 거다. 물리학에서는 이것을 처음에 ‘이중성duality’이라고 불렀고, 나중에는 ‘상보성complementarity’이라는 용어로 공식화시켰다. 상보성의 중요한 예는 하이젠베르크가 찾아낸 ‘불확정성의 원리’다. 불확정성의 원리란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운동량은 물체의 질량에 속도를 곱한 거니까 그냥 속도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위치와 속도는 뉴턴의 역학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물리량이다. 이 원리는 물리학자들이 자연을 이해하는 데 근본적인 제약을 가한다. 이제 물리학자는 우주를 완벽하게 기술하는 전지적 위치에서 주관적이고 확률적이며 불확실한 세상으로 내동댕이쳐진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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