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는 반응성이 큰 원자다. 다른 원자를 만나면 바로 결합한다. 따라서 산소가 홀로 몸속을 어슬렁거리며 다니는 것은 위험하다. 산소가 몸을 이루는 원자들과 마구 결합하여 망가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산소를 활성산소라 부른다. 노화의 주범이며, 죽음의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러니지만 몸의 모든 세포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산소를 필요로 한다. 헤모글로빈은 위험물 산소를 운반하는 특별호송차량인 셈이다. 산소 이외의 원자들은 그냥 혈액을 타고 이동한다. 산소만 예외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60

포도당이 몸 밖에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음식이라고 부른다. 사실 포도당의 산화는 간단한 과정이다. 포도당에 있는 전자 두 개가 산소로 이동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산소는 고작 포도당의 전자 두 개를 빼앗으려고 헤모글로빈에 실려 그 먼 길을 이동한 것이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63

우리 오른손 집게손가락 끝에 있는 탄소 원자 하나는 먼 옛날 우주 어느 별 내부의 핵융합반응에서 만들어졌다. 그 탄소는 우주를 떠돌다가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지구에 내려앉아, 시아노박테리아, 이산화탄소, 삼엽충, 트리케라톱스, 원시고래, 사과를 거쳐 내 몸에 들어와 포도당의 일부로 몸속을 떠돌다, 손가락에 난 상처를 메우려 DNA의 정보를 단백질로 만드는 과정에서 피부 세포의 일부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이렇게 우리는 원자 하나에서 우주를 느낀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64

동위원소란 화학적 성질은 같지만 질량만 다른 원자다. 결국 우리 주위의 물체에 대해 원자 수준까지 내려가서 비교하면 같다는 말은 무의미하다. 결국 겉모습이 완전히 똑같은 물체라도 원리적으로 서로 구분 가능하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66

데모크리토스는 원자가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생각했다. 서양철학의 전통에서 원자는 쪼개지면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전통은 깨지기 위해 있는 거라고 하지 않았던가. 원자도 무언가로 이루어져 있다는 발견으로부터 양자역학은 시작된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67

아보가드로수란 ‘1’ 뒤에 ‘0’이 23개나 붙은 어마어마하게 큰 숫자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69

모든 전자는 똑같다. 더구나 전자는 양자역학으로 기술된다. 양자역학이 기술하는 원자 세상은 우리의 경험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하나의 전자가 동시에 여러 장소에 존재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당신은 절대로 서울과 부산에 동시에 있을 수 없지만, 당신 몸을 이루는 전자는 그럴 수 있다. 이제 구분 불가능한 전자들을 양자역학으로 다루면 전혀 예기치 못한 결과가 얻어진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71

양자역학은 이렇게 모든 전자가 똑같다는 사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현한다. 이로부터 ‘파울리의 배타排他원리’라고 부르는 우주의 중요한 법칙이 얻어진다. 볼프강 파울리는 이 원리를 발견한 공로로 194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73

전자들의 공간적 배치는 중요하다.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가 당신의 평판을 결정하듯이 다른 원자와의 관계가 원자의 특성을 결정한다. 원자는 중심에 엄청나게 작은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많은 전자들이 둘러싸고 있다. 다른 원자가 보기에는 주변에 있는 전자들만 보인다. 결국 전자 배치가 원자의 특성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73

우리는 전자가 그 자체로 질량과 전하를 갖는 실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자가 호랑이 형상과 같은 결과물에 불과하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서로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거다. 이들은 기호라 완전히 똑같기 때문이다. 전자는 무엇의 결과물일까? 물리학자들은 이 ‘무엇’을 ‘전자장electron field’이라 부른다. 이런 식으로 전자를 기술하는 방법이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이다. 오늘날 양자장론은 이론물리학의 중요한 뼈대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76

전자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장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형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모든 전자는 서로 구분할 수 없이 똑같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76

우리가 보는 물질은 그 자체로 실체가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장의 일부분, 형상의 결과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때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77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의 에너지 생산공장이고, 다세포생물과 성sex을 탄생시킨 주범이며, 세포자살과 노화의 배후세력이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79

신발을 벗지 않은 채로 양말만 벗는 것이 가능할까? 이론물리학자로서 진지하게 말하자면 답은 ‘그렇다’다. 다만, 양말이 위상수학의 적용을 받는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위상수학이란 대상을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여도 변하지 않는 성질을 다루는 분야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97

인간의 배아도 발생 과정에서 공에서 도넛으로의 위상수학적인 변화를 겪는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면 수정란이 된다. 그 이후 가장 중요한 단계는 공 모양의 배아가 구멍을 만들어 도넛 모양이 되는 것이다. 나중에 구멍의 한쪽 입구는 입이 되고 다른 쪽 입구는 항문이 된다. 누누이 강조했듯이 이것은 위상수학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늘리거나 줄이는 것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즉, 세포의 일부가 죽어서 없어져야 한다. ‘아폽토시스’라 불리는 세포자살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99

인생을 살아가며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들을 위상수학적 구멍의 개수에 비유할 수도 있다. 구멍의 개수를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떤 변형도 받아들이며 자유롭게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위상수학적으로는 모두 동등한 삶이다. 삶의 겉모습을 몇 배로 늘리는 것에는 집착하면서 정작 바꿀 수 없는 인생의 가치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까? 나에게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가치는 무엇일까? 위상수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01

뉴턴의 운동법칙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속도의 변화를 기술한다. ‘0’보다는 크지만 ‘0’이나 다름없는 짧은 시간, 그러니까 무한히 ‘0’에 가까워지지만 ‘0’이 되지는 않는 그런 짧은 시간 간격 말이다. 이런 짧은 시간 동안의 변화율을 미분이라 부른다.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은 ‘힘’이다. 힘이 원인으로 작용하여 가속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짧은 시간 간격으로 촘촘히 이어지는 인과율의 연쇄는 뉴턴역학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사고의 틀이다. 우주는 이렇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톱니바퀴처럼 정해진 미래를 향해 굴러간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05

해밀턴역학에서는 작용량을 최소로 만들려는 ‘경향’이 물체의 운동을 결정한다. 그래서 이것을 ‘최소작용의 원리’라고 부른다. 이 원리가 작동하려면 가능한 모든 미래의 경로를 미리 내다보며 작용량을 계산해야 한다. 헵타포드는 이런 틀로 세상을 보고 있었던 거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06

"과학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현상을 설명하는 데 어떤 목적인目的因이나 의도를 끌어들여서는 참된 인식에 도달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런 것들은 체계적으로 거부해야 한다."

생물학자 자크 모노가 『우연과 필연』에서 한 말이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10

진화론의 시각에서 생명은 우연의 산물이다. 우리가 필연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어난 사건에 대해 그렇게 해석을 하는 것뿐이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12

확률만을 알려준다는 것은 생명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양자역학적 결과는 우연이 지배한다. 주사위를 던지면 어느 숫자가 나올지 알 수 없다. ‘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13

미래를 다 아는 존재에게 현재를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소설에서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어떤 대화가 되었든 헵타포드는 대화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지식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대화가 행해져야 했던 것이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14

물리학에는 세상을 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지금 이 순간의 원인이 그다음 순간의 결과를 만들어가는 식으로 우주가 굴러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용량을 최소로 만들려는 경향으로 우주가 굴러간다는 거다. 두 방법은 수학적으로 동일하다. 동일한 결과를 주는 두 개의 사고방식인 것이다. 후자에 대해 우주의 ‘의도’라고 부르고 싶은 것은 신의 존재를 믿는 인간의 본성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일어난 일을 인간이 해석하는 방법일 뿐이다. 두 경우 모두 세상은 수학으로 굴러간다. 수학에 의도 따위는 없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16

뉴턴역학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천상과 지상의 운동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데 있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18

뉴턴법칙에 따른 규칙은 크게 선형線型과 비선형非線型의 두 종류로 나뉜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20

자연이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 법한 상태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열역학 제2법칙’이라 부른다. 이 과정을 정량적으로 표현하면 "엔트로피는 증가할 뿐이다"가 된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진행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 카오스가 일어나고 있으며, 지수함수적으로 빠르게 초기조건에 대한 정보가 사라진다. 그래서 엔트로피는 무지의 척도다. 통계적 상태에 도달하면 초기조건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그것이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 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27

뉴턴은 그가 제안한 절대시간으로 운동법칙을 썼다. 원리적으로 그의 법칙은 모든 운동을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간이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지도 설명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뉴턴의 운동법칙에서 시간의 방향은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시간의 방향을 바꾸어도 똑같은 형태를 갖기 때문이다. 즉, 그의 법칙만으로는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흘러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30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단지 그렇게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라니! 그렇다면 볼츠만의 이 법칙은 확률적으로 옳은 진리란 말인가? 수학적으로 본다면 완전히 틀린 말이라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볼츠만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죽을 때까지 그의 이론이 인정받지 못한 것도 그 이유의 하나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물리학자는 볼츠만의 관점을 지지한다. 그래서 여기에 ‘열역학 제2법칙’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제 우리는 시간이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느냐는 질문에 열역학 제2법칙 때문이라는 우아한 답변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34

과거에서 미래로 간다는 것은 결국 상태를 이루는 경우의 수가 작은 상황에서 많은 상황으로 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 ‘경우의 수’에 ‘엔트로피’라는 이상한 이름을 주면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는 증가한다"라는 멋진 문장으로 바뀐다. 엔트로피의 공식을 써보겠다. (겁먹지 마시라. 수학은 언어의 하나일 뿐이다.)

 S=k lnW

 여기서 ‘W’가 바로 경우의 수다. ‘k’는 ‘볼츠만 상수’라는 것으로 단지 단위를 맞추느라 써준 것이고, ‘ln’은 ‘자연로그’라는 것으로 고등학교 이과수학에 나오는 특수함수다. ‘k’, ‘ln’ 둘 다 몰라도 상관없다. 엔트로피는 ‘경우의 수’라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은 "우주의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라는 말과 같은 의미다.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36

하나의 입자는 시작도 끝도 없는 절대시간 위를 움직인다. 여기에는 시간의 방향도 없다. 수많은 입자가 모이면 비로소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고, 새로운 현상들이 창발創發한다. 인간 역시 수많은 입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새로운 실체다.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고민하는 실체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41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만물은 수다"라고 했다는데, 하이젠베르크는 "만물은 수의 배열이다"라고 한 셈이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47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에서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에르빈 슈뢰딩거(1933년 노벨물리학상)는 파동역학을 내놓았다. 전자의 이중성, 그러니까 전자가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 양자이론이다. 파동역학은 전자의 파동을 기술하는 방정식을 담고 있다. 이 방정식을 ‘슈뢰딩거 방정식’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생겼다.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48

행렬역학은 원자를 추상적인 수학적 구조로 보고, 파동역학은 원자의 본질을 물결과 같은 파동이라 생각한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49

전자는 파동이기도 하다. 소리처럼 여기저기 있을 수 있다. 당신이 하는 말을 옆 건물에서 들을 수는 없다. 여기저기 있다고 제멋대로인 것은 아니다. 소리는 파동방정식을 따라 공간을 퍼져나간다. 전자의 파동도 슈뢰딩거 방정식에 따라 공간을 퍼져간다. 전자가 어디 있는지 측정을 하면 전자는 입자이기도 하므로(이중성) 분명 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전자가 측정 이후에도 그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 <떨림과 울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12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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