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흔히 〈블로카디아Blockadia〉라고도 불리는 지역의 전초 기지다. 블로카디아란 지도에 표시된 특정 장소를 가리키는 지명이 아니다. 노천 채광이나 프래킹 가스 채취, 혹은 타르 샌드 오일 송유관 등 채광 및 가스 채취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국경을 초월한 충돌의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심해지는 지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404 - P742
위험성이 높은 극단적 채취 활동에 대한 이 저항 운동은 다양한 기반을 지닌 풀뿌리 주민 운동의 세계적인 네트워크(지금껏 환경 운동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로 꾸려진다. 이를 단순히 환경 운동으로만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현상을 뒷받침하는 주요 원동력은, 공동체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건강한 물과 공기와 토양)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보장하는 근원적 형태의 민주주의를 향한 갈망이다. 그 과정에서 이런 지역별 근거지들이 저항 운동을 통해 기후 범죄의 확산을 막아 내고 있는 것이다.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404 - P744
영국 식민 통치가 끝날 무렵, 나이지리아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문호가 개방되었다. 석유 회사들은 나이지리아에서 수천 억 달러의 석유(대부분 니제르 델타에서 생산된다)를 뽑아 가면서도 이곳의 땅과 물과 사람들을 멸시하며 오만한 태도를 견지했다.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404 - P767
하지만 이런 모든 피해도 가스 플레어링이 빚어내는 불행과는 비교할 수 없다. 석유를 채취할 땐 그 과정 전반에 걸쳐 다량의 천연가스가 생성된다. 나이지리아에 이 가스의 포집과 운송과 이용에 필요한 기간 설비가 건설되었다면, 나이지리아 전 국민의 전력 수요가 충족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들은 돈을 절약하기 위해 델타 지역에서 발생하는 가스에 불을 붙여 화염으로 연소시키는데, 이때 대기 중에 가스가 방출되며 거대한 화염 기둥이 치솟아 오른다. 여기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나이지리아 전체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의 약 40퍼센트에 이른다(앞서 살펴보았듯이, 일부 회사들은 엉뚱하게도 이러한 관행을 중단한다는 명목으로 탄소 저감 실적권을 확보한다). 반면에 델타 지역의 공동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전력과 유수 부족에 시달릴 뿐 아니라 만연하는 실업과 연료 부족이라는 얄궂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26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404 - P769
1990년대 초 오고니족(니제르 델타에 거주하는 원주민 공동체)이 유명한 인권 활동가이자 극작가인 켄 사로위와의 지휘 아래 〈오고니족 생존 운동〉을 조직하면서, 이 투쟁은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다. 오고니족 생존 운동은 1958년부터 1993년까지 오고니랜드에서 52억 달러 치의 석유를 채취한 셸을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27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404 - P769
북미와 유럽의 특권 계층은 진보라는 미명하에 오래전부터 인류의 특정한 부분 집합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분류하여 그들의 근거지를 희생 지대로 삼고 독성 물질을 떠안기는 활동을 합리화했다.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404 - P780
1776년에 토머스 페인은 〈상식Common Sense〉이라는 제목의 연설문에서 〈비통함을 느끼게 하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라고 썼다.48 하지만 그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며, 머지않아 환경 파괴로 인한 비통함을 겪지 않은 채 안전하게 사는 사람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404 - P790
이제는 광산과 정제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형 기계류를 앨버타 북부로 옮기는 일상적인 과정마저 새로운 저항을 낳는 형편이다. 지구 최대 규모의 산업 프로젝트답게 관련된 모든 것이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데, 특히 한국에서 제작되어 운반되는 기계들 중에는 크기와 무게가 보잉 747 항공기에 맞먹는 것들도 있고, 3층 건물만 한 대형 장비도 있다. 이런 대형 기계들은 무게가 엄청나기 때문에 대개 화물차로는 옮길 수 없다. 엑슨모빌 같은 석유 회사들은 화물차 대신 전용 트레일러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차량은 고속도로 차선 두 개 이상을 차지할 뿐 아니라 일반 고가 도로 밑으로는 지나갈 수도 없다.55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404 - P800
소규모 공동체 역시 민주적인 방식으로 미래의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활동에 솔선하여 나서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급속히 확산되어 가는 〈에너지 자립 마을Transition Town〉 운동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2006년 토트네스(잉글랜드 데본의 아주 오래된 마을로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이후 전 세계로 퍼져 줄잡아 43개국 460개가 넘는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에너지 자립 마을(이 마을은 실제 행정 구역인 경우도 있고 대도시에 속한 특정 구역인 경우도 있다)은 저마다 〈에너지 절감 행동 계획〉(온실가스 감축과 화석 연료의 단계적 축소를 목표로 집단적으로 입안한 청사진)을 고안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은 좀처럼 보기 힘든 참여 민주주의의 기회를 열어 놓는다.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404 - P914
권리와 자원 사이(법률에 명시된 내용과 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막강한 상대를 압박하여 강제할 수 있는 능력 사이)의 이런 격차야말로 정부와 산업이 오랫동안 의존해 온 언덕이다.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404 - P952
바로 이것이 〈기후 부채〉 주장의 핵심이다. 볼리비아 기후 협상 대표 앙헬리카 나바로 야노스는 2009년 제네바에서 내게 이와 같은 설명을 해주었고, 덕분에 나는 기후 변화가 불평등 구조의 핵심을 공격하는 기폭제이자 〈지구를 위한 마셜 플랜〉의 토대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31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단순하다. 앞서 보았듯이, 기후 변화는 온실가스의 〈누적〉으로 인한 결과다.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1백 년에서 2백 년에 걸쳐 대기 중에 머무르며, 일부는 1천 년 이상 남아 있기도 한다.32 2백 년 넘게 누적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 변화가 나타난 만큼, 지구 온난화의 책임은 최근 수십 년 사이 세계화 경제에 편입된 국가들보다는 산업 혁명 이후 줄곧 화석 연료를 경제의 원동력으로 사용해 온 국가들 쪽이 훨씬 막중하다.33 오늘날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오염 물질의 70퍼센트는 세계 인구의 20퍼센트 이하가 거주하는 선진 공업국에서 나왔다(세계 인구의 5퍼센트 이하가 거주하는 미국에서만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4퍼센트를 배출했다).34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404 - P1028
1992년에 미국을 포함한 195개국이 서명한 UN 기후 변화 협약에는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의 원칙을 명시한 대목이 있다. 모든 사람이 기후 문제 해결에 동참할 의무를 가지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1백 년 동안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 국가들은 감축에 앞장서야 할 뿐 아니라 가난한 나라들의 청정에너지 발전 모델 전환에 재정적인 뒷받침을 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한 원칙이다.36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668404 - P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