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미처 떨어지지 못한 낙엽들이,
앙상한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을,
‘겨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요?
겨울은 언제부터 시~작!
누가 딱 정해주지 않아도, 언제부터가 겨울인지,
답은 나와 있죠.
버스 뒷자리 어디쯤에서, 종아리를 데워주는
후끈한 바람이 나오고,
리어카에 누워 있는 붕어빵 냄새가, 우리 코를 자극할 때-
버스 정류장에 학생들의 더플코트가 바글대기 시작하고,
편의점에서, 호빵 기계를 창문 앞에 내놓을 때
그러니까, 사람들의 입에서 "아우~ 춥다."
이 말이, 제일 많이 나왔던 오늘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겨울의 첫날-
여기는,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 - <그래서 라디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356 - P14
소개팅을 주선해 준 친구는, 다신 자기한테
외롭단 얘기 입 밖에도 꺼내지 말라며,
그녀에게 엄포를 놓았다.
꼭 친구의 얘기가 아니어도, 왠지 알 것 같았다.
돈 잘 버는 회사원은, 틀에 박혀서 싫고-
글 좀 쓴다는 소설가 지망생은, 비전 없어서 싫고-
잘나가는 펀드매니저는, 너무 계산해서 싫고-
아직도 그런 이유를 따지는 걸 보면
덜 외로운 모양이라고.
그녀도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가 아직도 혼자인 이유.
현실적인 조건을 따져서가 아니라
눈이 높아서가 아니라
아직은 외로워도 견딜 만해서.
내 얘기, 듣고 있나요? - <그래서 라디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356 - P24
‘손에 잡히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어서,
다 이해되지 않아서
그래서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엔 있다.
효율로만 평가하려고 하는 이 세상에
비효율로 남아서 고마운 것들.
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사실 그런 비효율들이다.’
당신 창고는 다 비어도, 내 창고는 그득히 채워주는 사람,
당신은 다 손해보더라도, 나만 좋으면 그걸로 전부인 사람,
당신 마음 부서져도, 내 마음 안 다치면 그만인 사람.
세상 단 하나뿐인 그것이다.
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드는, 아름다운 비효율. - <그래서 라디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8356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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