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희극에도 일반화된 정식 또는 형식이라는 것이 있다. 거창하게 철학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하나의 희극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 있다.
놀라움과 서스펜스는 키스톤 영화사 시절부터 내 영화에서 빠지지 않은 필수요소였다. - P441

나는 인간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거창하게 정신분석학을 운운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인간 행동이란 우리네 인생만큼이나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는 섹스나 ‘유아 탈선‘ 이상으로 인간의관념적 욕구가 대부분 격세유전에서 비롯한다고 믿는다.
그러나인생이 반목과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책을 펼치진 않았다. 내가 무대나 영화에서 선보인 익살은 본능적으로 이런 인식에 기초했다.
사실 내가 희극의 기본 줄거리를 짜내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내가 만든 영화를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면 눈치 챘겠지만, 그것은 등장인물을 먼저 곤경에 빠뜨린다음에 그를 곤경에서 구해내는 식이다.
이것이 내 영화의 기본뼈대라면, 곤경에 빠진 사람을 구해내는 과정이 뼈대에 살을 붙여 나가는 과정이다. - P442

그러나 유머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훨씬 더 민감하고 정교하다.
맥스 이스트먼(1883~1969, 미국의 작가, 사회주의자 옮긴이)은《유머의 의미 A sense of Humour)에서 이것을 다뤘다.
그는 유머를 우스꽝스러운 고통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막스는 ‘호모사피엔스는 자학적이며, 여러 형식으로 고통을 즐긴다. 그리고관객도 마찬가지다‘ 라고 썼다.
이것은 아이들이 인디언 놀이를면서 하는 행동과 같다.
아이들은 인디언 놀이를 하면서 인디언이총에 맞아 쓰러지듯이 비명을 지르면서 죽는 시늉을 한다. - P442

나는 막스의 이런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비록 거의같은 것이지만, 막스의 정의는 유머보다는 드라마에 대한 정의에 가깝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유머는 막스의 그것과 약간 다르다.
즉 유머란 인간의 정상적인 행동에서 분간해낼 수 있는 행동의 미묘한 불일치 또는 어긋남이다.
다른 말로, 우리는 유머를 통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동에서 불합리한 것을 본다. 또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 것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본다.
한편, 유머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고양하고, 우리가 ‘제정신‘ 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유머 덕분에 우리는 인생의 부침을 견뎌낼 수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균형감각을 잃지않도록 도와주며, 엄숙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조리한 것인지 우리에게 드러낸다. - P443

우리는 영화의 형식 문제에 대해 불꽃 튀는 논쟁을 했다.
나는슬랩스틱 코미디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로 옮겨가는 것은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과 장면 배열에 대한 판단의 문제라고말했다. 특히 형식에 있어서 나는 이런 의견을 개진했다. 형식은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예술가가 어떤 세계를 생각하고 그것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아무리 그것이 혼합물이라 하더라도 남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주장했다. 물론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이론적 바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순전히 내 직감이었다. 영화 형식에는 풍자, 즉흥극, 현실주의, 자연주의, 멜로드라마 그리고 판타지 등 다양한 형식이 있다. 그러나 <키드>는 기본적으로 슬랩스틱과 감성드라마를 결합한 새로운 형식이었다. - P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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