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가 본론이다. 라면 포장지에는 끓는 물에 면과분말수프를 넣고 나서 4분 30초 정도 더 끓이라고 적혀 있지만, 나는 센 불로 3분 이내에 끓여낸다. 가정에서 쓰는 도시가스로는 어렵고, 야외용 휘발유 버너의 불꽃을 최대한으로 크게 해서 끓이면 면발이 붙지 않고 탱탱한 탄력을 유지한다. - P29

또 물은 550ml(3컵) 정도를 끓이라고 포장지에 적혀 있지만, 나는 700ml(4컵) 정도를 끓인다. 물이 넉넉해야 라면이편안하게 끓는다. 수영장이 넓어야 헤엄치기 편한 것과 같다.
라면이 끓을 때, 면발이 서로 엉키지 않아야 하는데, 물이 넉넉하고 화산 터지듯 펄펄 끓어야 면발이 깊이, 또 삽시간에익는다. 익으면서 망가지지 않는다. - P29

라면을 끓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국물과 면의 조화를 이루는 일이다. 이것은 쉽지 않다. 라면 국물은 반 이상은 남기게 돼 있다. 그러나 그 국물이 면에 스며들어 맛을 결정한다.
국물의 맛은 면에 스며들어야 하고, 면의 밀가루 맛은 국물속으로 배어나오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고난도 기술이다. - P29

나는 라면을 조리할 때 대파를 기본으로 삼고, 분말수프를보조로 삼는다. 대파는 검지손가락만한 것 10개 정도를 하얀밑동만을 잘라서 세로로 길게 쪼개놓았다가 라면이 2분쯤 끓었을 때 넣는다. 처음부터 대파를 넣고 끓이면 파가 끓고 풀어져서 먹을 수가 없이 된다. 파를 넣은 다음에는 긴 나무젓가락으로 라면을 한 번 휘젓고 빨리 뚜껑을 덮어서 1분~1분30초쯤 더 끓인다. 파는 라면 국물에 천연의 단맛과 청량감을불어넣어주고, 그 맛을 면에 스미게 한다. 파가 우러난 국물은달고도 쌉쌀하다. 파는 라면 맛의 공업적 질감을 순화시킨다.
그다음에는 달걀을 넣는다. 달걀은 미리 깨서 흰자와 노른자를 섞어놓아야 한다. 불을 끄고, 끓기가 잦아들고 난 뒤에달걀을 넣어야 한다. 끓을 때 달걀을 넣으면 달걀이 굳어져서국물과 섞이지 않고 겉돈다. 달걀을 넣은 다음에 젓가락으로저으면 달걀이 반쯤 익은 상태에서 국물 속으로 스민다. 이동작을 신속히 끝내고 빨리 뚜껑을 닫아서 30초쯤 기다렸다.
가 먹는다. 파가 우러난 국물에 달걀이 스며들면 파의 서늘한청량감이 달걀의 부드러움과 섞여서, 라면은 인간 가까이 다가와 덜 쓸쓸하게 먹을 만하고 견딜 만한 음식이 된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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