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응급실 일이 좋다. 나에게 피와 뼈, 힘줄은 삶의 긍정으로 보인다. 나는 인체와 그 내구력에 경외심을 갖고 있다. 다행이다. 몇 시간 뒤에나 X레이실에 가거나 데메롤 투약을 보게 될 테니. 나는 마음에 병이 있는지도 모른다. 비닐봉지에 든 잘린 손가락이랄지, 칼에 찔린 어느 깡마른 포주의 등 밖으로 비어져나온 번쩍이는 칼날 같은 것에 매료되니 말이다. 응급실에서는 모든 게 수선 가능하다는 사실이—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나는 좋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