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가장 큰 은혜를 베푼 요소는 여행과 꿈이었다. 죽었거나 살았거나, 내 투쟁에 도움이 된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내 영혼에 가장 깊은 자취를 남긴 사람들의 이름을 대라면 나는 아마 호메로스와, 붓다와, 니체와, 베르그송과, 조르바를 꼽으리라.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481

첫 번째 인물은 ― 내가 생각하기에는 ― 기운을 되찾게 하는 광채로 우주 전체를 비추고 태양처럼 평화롭고 찬란하게 빛나는 눈[眼]이었으며, 붓다는 세상 사람들이 빠졌다가 구원을 받는 한없이 깊은 새까만 눈이었다. 베르그송은 젊은 시절에 해답을 얻지 못했던 나를 괴롭히는 철학의 온갖 문제들로부터 해방시켜 주었으며, 니체는 새로운 고뇌로 나를 살찌게 했고, 불운과 괴로움과 불확실성을 자부심으로 바꾸도록 가르쳤으며, 조르바는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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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에서는 이른바 구루[導師]라고 일컫고, 아토스 산의 수사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삶의 길잡이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주어졌다면, 나는 틀림없이 조르바를 택했으리라.
그 까닭은 글쓰는 사람이 구원을 위해 필요로 하는 바로 그것을 그가 갖추었으니,
화살처럼 허공에서 힘을 포착하는 원시적인 관찰력과,
마치 만물을 항상 처음 보듯 대기와 바다와 불과 여인과 빵 따위의 영구한 일상적 요소에 처녀성을 부여하게끔 해주며 아침마다 다시 새로워지는 창조적 단순성과,
영혼보다 우월한 힘을 내면에 지닌 듯 자신의 영혼을 멋대로 조종하는 대담성과,
신선한 마음과 분명한 행동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라한 한 조각의 삶을 안전하게 더듬거리며 살아가기 위해 하찮은 겁쟁이 인간이 주변에 세워 놓은 도덕이나, 종교나, 고향 따위의 모든 울타리를 때려 부수려고 조르바의 나이 먹은 마음에서 회생의 힘을 분출해야 하던 결정적 순간마다 인간의 뱃속보다도 더 깊고 깊은 샘에서 쏟아져 나오는 야수적인 웃음을 그가 지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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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 사람 다 현실적인 목표란 세상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한 먼지일 따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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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소리, 아니 목소리가 아니라 외침에 귀를 기울이면, 내 삶은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지금 내가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처럼 생각에 잠겨 종이와 잉크로 결실을 얻으려는 바를 나는 피와, 살과, 뼈로 직접 경험할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나는 감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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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의 형태는 창작이라는 작업을 통해 우리들이 살아가는 시대와 인간의 영혼이 지닌 자유분방한 힘을 작품에 등장하는 투쟁적인 주인공들로 재현함으로써 정립한다. 나는 한껏 정성을 들이고 충실하게 내가 우연히 태어난 중대한 시대를 경험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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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평온한 다른 시대라면 재미있는 놀이였을지도 모른다. 오늘날은 그것이 중대한 의무이다. 글쓰기의 목적은 동화로 이성을 즐겁게 해서 현실을 망각하도록 돕는 일이 아니라, 우리들의 과도기에 아직 살아남은 빛나는 모든 힘에 대해서 동원령을 선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짐승의 차원을 초월하도록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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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전체적인 신이었던 디오니소스는 비극의 한가운데 서서 이야기의 탄생과, 발전과, 종결을 다스렸다. 깨우친 관객이 보기에는, 비록 신의 흩어진 팔다리가 서로 싸우기는 했어도 이미 남몰래 합쳐져 조화를 이루었다. 그것들은 신의 완전한 몸을 이루고 하나의 조화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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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태초에는 말씀이 있었다. 행동 이전에 말이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창조하는 잉태의 말이, 신의 아들이, 독생자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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