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팔은 말라 버린 갈대처럼 변했다. 영양분이라고는 해 뜰 녘부터 해 질 녘까지 쌀 한 톨만 먹었는데, 그때라고 해서 쌀알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컸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내 하체는 낙타의 다리 같았고, 척추는 염주 같았으며, 뼈는 반쯤만 통나무로 지은 낡아 빠진 오두막의 골격 같아졌다. 깊은 우물 바닥에서 물이 반짝이듯 내 눈이 반짝였다. 내 머리는 햇볕에 말라 바가지처럼 갈라졌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229

붓다로다! 나는 여러 해 전에 그의 생애에 대한 얘기와 자랑스러운 절망의 교훈을 읽었었지만 모두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 분명히 나는 성숙하지 않아서 주의를 게을리했었다. 그때 그의 목소리는 뱀과 어지러운 난초들로 가득 찬 어두운 숲에서, 아시아의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매혹적이고 이국적인 소리처럼 들렸다. 하지만 나는 어지러워하지 않았다. 지극히 다정하고 친근한 또 다른 목소리가 자꾸만 마음속에서 나를 불렀고, 나는 그것을 맞으러 자신 있게 나아갔다. 하지만 이제 이곳 도시의 거침없는 웃음소리 한가운데서 매혹적이고 이국적인 피리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것을 맞으려고 나는 눈을 꼭 감았다. 목소리는 내 마음속에서 전혀 잠잠해지지 않았고, 최후의 심판날에 울리는 기독교의 나팔 소리에 가려졌을 뿐이어서, 이제는 훨씬 더 귀에 익은 소리가 되었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227

연민 ― 붓다의 나그네 길에서는 그것이 훌륭한 안내자이다. 연민을 통해서 우리들은 육체로부터 스스로 해방되고,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무(無)와 하나가 된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231

「나는 신에게, 그대들이 신이라 일컫는 대상에게 내 영혼을 팔고 싶지 않으며, 나는 악마에게, 그대들이 악마라 일컫는 대상에게 내 영혼을 팔고 싶지 않다. 나는 누구에게도 나 자신을 팔고 싶지 않다. 나는 자유로다! 신과 악마의 발톱을 벗어난 자들은 행복할지어다. 오직 그만이 구원을 받는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239

「구원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나 모든 순간에 그의 말과 행동이 지닌 가치를 계산하기 때문에 노예입니다. 〈나는 구원을 받을까, 아니면 저주를 받을까?〉 그는 떨면서 묻습니다. 〈나는 천국으로 가는가, 아니면 지옥으로 가는가?〉 ……희망을 간직하는 영혼이 어찌 자유로울 수 있겠나이까? 희망을 간직한 자는 현세의 삶과 내세를 모두 다 두려워하고, 공중에 애매하게 매달려 행운이나 신의 자비를 기다립니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243

「구원이란 모든 구세주들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그것은 지고하며 숭고한 자유이니, 인간은 거기에 이르면 숨이 찬다. 너는 인내하겠느냐?」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243

「인류를 구원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자가 구세주이니라.」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243

그렇다, 레닌은 또 하나의 새로운 구세주라고 나는 생각했으니 ― 그는 인류의 절망과 희망을 위한 또 하나의 새로운 가면이요, 노예 생활과 굶주림과 핍박을 견디어 내기 위해서 노예들과 굶주린 자들과 핍박받는 사람들이 창조한 또 하나의 새로운 구세주였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283

밤이 되었다. 세 여자가 가려고 일어섰다. 나도 몸을 일으켰지만 이트카가 내 팔을 잡으며 자고 가라는 눈짓을 했다. 나는 머물렀다. 그날 밤 붓다는 내 마음속에서 빛을 잃기 시작했다. 그날 밤 나는 세상이 허깨비가 아니고, 여인의 육체는 따스하고, 단단하고, 불멸성의 물로 가득 찼으며, 죽음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288

오, 인간의 어리석은 근심 걱정이여,

그대의 날개를 내리치게 하는

아귀다툼은 얼마나 거짓되던가!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307

나는 심장이 고동칠 때마다 그것이 존재하기를 욕망한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믿고, 그렇게 믿음으로써 그 세계를 창조한다. 우리들은 충분한 힘을 들여 욕망하지 않았던 모든 대상을 〈비존재(非存在)〉라 일컫는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329

러시아의 광활한 땅에서, 러시아의 가없는 영혼 속에서 진행되는 처참한 실험이 지닌 범인류적이고 총체적인 의미를 나는 조금씩 조금씩 헤아리기 시작했다. 전에는 지극히 유치하고 이상향적이라고만 여겨졌던 혁명의 구호들을 나의 이성은 점차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굶주린 얼굴들과, 푹 꺼진 뺨들과, 불끈 움켜쥔 주먹들을 둘러보면서 나는 인간이 지닌 신적인 양상의 전조를 보게 되었으니, 신화를 믿고 그것을 갈망함으로써, (눈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피나 땀만으로도 부족하니) 피와 땀과 눈물을 모두 흘려 더럽힘으로써, 인간은 신화를 현실로 바꿔 놓는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341

레닌은 빛이고, 트로츠키는 불꽃이지만, 스탈린은 흙, 러시아의 비옥한 흙이에요.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366

뛰어넘기 위해 준비하는 전진을 위한 추진력으로 인해 우리들 속에서 분출하는 힘은 인간적이고, 범인간적이고, 전(前) 인간적인 세 요소의 총체이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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