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진 새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라이너 쿤체 (전영애, 박세인 역)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56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다
소코야, 하고 나는 불렀다. 주름살투성이 속 검은 연못 같은 그녀의 지혜로운 눈을 들여다보며.
아타바스카어에서는 서로 헤어질 때 뭐라고 해요? 작별에 해당하는 말이 뭐예요?
바람에 그을린 그녀의 얼굴 위로 언뜻 마음의 잔물결이 지나갔다. ‘아, 없어.’ 하고 말하며 그녀는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우리는 그냥 ‘틀라아’ 하고 말하지. 그것은 또 만나자는 뜻이야.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아. 너의 입이 너의 가슴에 작별의 말을 하는 적이 있니?
그녀는 초롱꽃이나 되는 것처럼 가만히 나를 만졌다. 헤어지면 서로 잊게 된단다. 그러면 보잘것없는 존재가 돼. 그래서 우리는 그 말을 쓰지 않아.
우리는 늘 네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단다. 돌아오지 않으면 어딘가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단다.
메리 톨마운틴 ‘소코야’는 아타바스카어로 ‘이모’라는 뜻. 아타바스카어는 북미 원주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군으로, 알래스카어와 아파치족어 등 같은 계통의 30개 언어를 포함하고 있다.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156
나는 탑승구 주위에 앉아 있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이 바로 이런 세상이라고. 함께하는 세상. 일단 혼란스러운 울음이 멎은 후에는 그 탑승구에 있는 사람들 중에 옆의 다른 사람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 모두 쿠키를 받아먹었다. 나는 다른 모든 여자들까지 안아 주고 싶었다.
이런 일은 아직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잃지는 않았다.
나오미 쉬하브 나이 팔레스타인 출신의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를 둔 시인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65
마지막 조각 글
그럼에도 너는 이 생에서 네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는가?
그렇다.
무엇을 원했는가?
나 자신을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 이 지상에서 내가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
레이먼드 카버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67
하지 않은 죄
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이 문제다. 해 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잊어버린 부드러운 말 쓰지 않은 편지 보내지 않은 꽃 밤에 당신을 따라다니는 환영들이 그것이다.
당신이 치워 줄 수도 있었던 형제의 길에 놓인 돌 너무 바빠서 해 주지 못한 힘을 북돋아 주는 몇 마디 조언 당신 자신의 문제를 걱정하느라 시간이 없었거나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사랑이 담긴 손길 마음을 어루만지는 다정한 말투.
인생은 너무 짧고 슬픔은 모두 너무 크다. 너무 늦게까지 미루는 우리의 느린 연민을 눈감아 주기에는.
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이 문제다. 해 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마거릿 생스터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71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나는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넘어지거나 불에 델까 두려워하며 살지는 않으리라. 나는 나의 날들을 살기로 선택할 것이다. 내 삶이 나를 더 많이 열게 하고, 스스로 덜 두려워하고 더 다가가기 쉽게 할 것이다. 날개가 되고 빛이 되고 약속이 될 때까지 가슴을 자유롭게 하리라.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하지 않으리라. 씨앗으로 내게 온 것은 꽃이 되어 다음 사람에게로 가고 꽃으로 내게 온 것은 열매로 나아가는 그런 삶을 선택하리라.
도나 마르코바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날 새벽 3시에 쓴 시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78
사랑은 나무마다 다 자라지는 않는다. 진실한 가슴이라고 해마다 꽃이 피는 게 아니듯. 아, 무덤을 가로지른 상처만 바라보는 사람들이여. 하지만 슬픔을 견디고 나면 머지않아 모두에게 분명해지는 사실이 한 가지 있으니,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유일한 사람들은 바로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엘라 휠러 윌콕스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80
그가 말하기를,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숲을 보거나 물고기를 잡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집에 앉아 마루의 개미를 보거나 뜰의 나무 그늘과 풀들을 바라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네가 그것들을 보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네가 그것들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네가 그것들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삶이 너를 통해 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삶이 너를 통해 사는 것이 자족이다. 삶이 너를 통해 사는 것이 기쁨이다. 삶이 너를 통해 사는 것이 만족이며 강함이다.
그는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겁내지 말라. 사랑하고, 느끼고, 삶이 너의 손을 잡게 하라. 삶이 너를 통해 살게 하라.
로저 키이스
시 속의 호쿠사이(1760~1849)는 일본 에도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판화가. 목판화 ‘후지산의 36가지 모습’으로 유명하다.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83
고요함 속에 앉아 있을 때 우리는 더없이 깨어난다. 마음이 침묵할 때 우리의 귀는 존재의 함성을 듣는다. 본래의 자기 자신과 하나 됨을 통해 우리는 모든 것과 하나가 된다.
거닐라 노리스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95
나는 그날이 올 걸 안다. 네가 이 모든 일들을 혼자서 할 날이. 네가 기억할까. 내 어깨에 목말 탔던 걸? 우리가 던진 모든 공들을?
그러니까 내가 널 안아도 될까? 언젠가 너는 혼자서 걷겠지. 나는 하루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지금부터, 네가 다 자랐을 때까지.
브래드 앤더슨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98
너 자신이 되라. 남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면 정복당할 것이니,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 너의 다름을 사랑하라. 너를 다르게 만드는 것 사람들이 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사람들이 너에게 바뀌기를 원하는 것 너를 유일한 존재로 만드는 그것을사랑하라.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소설 『푸른 세계』 중에서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101
네가 았는 곳애 도달하기 위해서는
네가 있는 곳에 도달하고 네가 없는 곳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쁨이 없는 길을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네가 모르는 것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지의 길을 지나가야만 한다. 네가 갖지 못한 것을 갖기 위해서는 무소유의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너 자신이 아닌 것에 가닿기 위해서는 네가 아닌 길로 가야만 한다. 네가 모르는 것이 네가 아는 유일한 것이고 네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네가 소유하지 않은 것이며 네가 있는 곳은 네가 없는 곳이다.
조용히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 없이 기다려라. 왜냐하면 희망은 잘못된 것에 대한 희망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 없이 기다려라. 왜냐하면 사랑은 잘못된 것을 얻기 위한 사랑일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믿음과 진정한 사랑과 진정한 희망은 바로 기다림 속에 있다. 모두 괜찮아질 것이고,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다.
T. S. 엘리엇, 장시 〈네 개의 사중주〉 중에서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107
속도를 늦추라. 너무 빨리 춤추지 말라. 시간은 짧고, 음악은 머지않아 끝날 테니.
아이에게 말한 적 있는가, 내일로 미루자고. 그토록 바쁜 움직임 속에 아이의 슬픈 얼굴은 보지 못했는가.
어딘가에 이르기 위해 그토록 서둘러 달려갈 때 그곳으로 가는 즐거움의 절반을 놓치는 것이다. 걱정과 조바심으로 보낸 하루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버려지는 선물과 같다.
삶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속도를 늦추고, 음악에 귀 기울이라. 노래가 끝나기 전에.
데이비드 L. 웨더포드 아동심리학자이며 작가인 웨더포드가 신장병 치료를 받던 중 신장 이식 수술에 실패하고,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느껴서 쓴 시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114
고양이는 하루의 본질적인 것을 기억한다. 그밖의 기억들은 모두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 마음속에서 내보낸다. 그래서 고양이는 우리보다 더 깊이 잔다. 너무 많은 비본질적인 것들을 기억하면서 심장에 금이 가는 우리들보다.
브라이언 패튼 이 시의 원제는 〈비본질적인 것들〉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116
가령 감옥에 갇혔는데 나이가 쉰 살 가까이 되었다 해도, 게다가 철문이 열려 자유롭게 될 때까지 아직 18년을 더 갇혀 있어야 한다고 해도, 그렇다 해도 우리는 바깥 세상과 함께 숨 쉬지 않겠는가. 세상 속 사람들, 동물들, 문제들, 그리고 얼굴에 부는 바람과 함께. 그러니까, 감옥 벽 너머에서 펼쳐지는 세상과 함께.
그러니까,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어디에 있든 마치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짐 히크메트, 〈산다는 것에 대해〉 중에서
독재 정치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생애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낸 시인. 히크메트가 같은 형무소에 있다가 다른 곳으로 이감된 젊은 동지에게 옥중에서 보낸 시 형식의 편지글
-알라딘 eBook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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