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마다 ‘내가 스물여덟, 이나 됐어!’ 한다. 심각해져야 마땅한데, 어딘가 나사 하나가 풀린 듯, 마치 고무풍선을 물속으로 밀어 넣을 때처럼, 마음은 금방 두둥실 떠오르고 만다. -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_개정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42 - P13
정신연령이 낮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것만이 고즈에의 유일한 매력 포인트인데, 도무지 섹시한 맛이 없어서인지 남자가 말을 걸어오는 법이 없다. -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_개정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42 - P15
동그란 얼굴에 통통한 볼과 하얀 피부. 자그만 코와 입, 조금 쳐진 작은 눈. 목덜미는 하얗지만 굵고, 볼에는 보조개가 파였다. 전체적인 생김새가 통통한 게 너무 복스러워서, 경리를 보는 할아버지는 정말 미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고즈에는 자신을 복자루를 매고 신사나 절간 같은 데 서 있는 복신 같다고 생각한다. 자세히 뜯어보면 미운 구석은 하나도 없다. 피부도 매끈한 게 마음에 든다. 눈만 좀 더 팽팽하고 쌍꺼풀이 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열심히 거울을 보며 억지로 힘을 주어 쌍꺼풀을 만들어본다. 성형수술을 받아볼까 생각도 해보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_개정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42 - P16
"알았어" 하고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만들어준다. 그런 일은 하나도 고생스럽게 느끼지 않는 성격이고, 취미가 ‘헌신’이라, 누군가를 위해서 뭔가를 해주는 걸 너무 좋아한다. 어머니가 직장에 나가고부터 고즈에는 혼자서 집안일을 했다. 이런저런 요리도 만들어보고, 언젠가 결혼하면 가지고 갈 요량으로 매달 저축을 해서 멋진 접시나 그릇도 사들인다. -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_개정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42 - P18
그날도 미도리가 가볍게 술을 마시고 들어오자, 고즈에는 차에 밥이나 말아줄까 하다가 문득 생각이 바뀌어 전자레인지에 밥을 데워서 그 위에 소금과 말차를 뿌리고 오이절임 몇 조각을 올려서 말차밥을 만들어주었다. -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_개정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42 - P19
신차가 나오는 계절에 좋은 말차를 사서 밥 위에 뿌리면, 차조기밥이나 미역밥보다도 맛이 좋다. -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_개정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42 - P19
화장이 피부에 잘 받거나, 화창한 날 새로 산 구두를 신거나, 말차로 밥을 만들어주고 칭찬을 들으면, 고즈에는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인생이 보람차다는 만족감에 젖어든다. -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_개정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42 - P19
미도리와 고즈에의 방 사이에는 칸막이 문이 달려 있는데, 여름에는 그냥 열어둔 채 자매가 베개를 나란히 하고 자기도 한다. -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_개정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242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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