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여행 끝에 한 잔의 차가운 물, 수수하고 편한 안식처, 따뜻하게 낯선 이를 기다리며 세상의 한구석 화롯가에서 남모르게 살아가는 시원스러운 인간의 마음 ― 나는 살아가면서 이와 비슷한 행복감을 자주 맛보았다. 그러다가 길거리 끝에서 낯선 이가 나타나면 마음은 인간을 발견했기에 두근거리고 기뻐한다! 사랑이나 마찬가지로 친절도 받는 자보다는 베푸는 자가 더 행복하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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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에서는 사탄의 욕망이 끓어올랐다. 뱀이 지혜의 나무를 기어 올라가서 잇소리를 내었다. 수사는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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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온화한 은자의 마음을 유혹으로 이끌고 그의 평정을 초조함으로 바꿔 놓음으로써, 나는 친절함을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갚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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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하게 굽이치는 낙타의 율동을 따르면, 피와 더불어 영혼도 그렇게 된다. 서양의 명석하고 빈틈없는 이성에 의해 모욕적으로 토막토막 잘라진 기하학적 구분에서 시간이 스스로 해방된다. 〈사막의 배〉가 흔들거리는 이곳에서라면 시간이 수학적이고 단단히 구분된 폐쇄로부터 풀려 나와 나누어지지 않는 액체이고, 가벼우며, 사상을 환상과 음악으로 바꿔 놓는 어지러운 도취가 되어 하나의 실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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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힘입어 유대인들은 계속 생존했고, 그들이 지닌 미덕과 악덕을 통해 세계를 지배했다. 우리들이 겪어 가는 불안한 분노, 보복, 폭력의 시대인 오늘날 유대인들은 필연성에 의해 또다시 속박의 땅으로부터 탈출exodus하도록 무서운 신에게 선택된 민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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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하얀 낙타, 푸른 초원에서 풀을 뜯는 암양들, 알록달록한 천막들, 그리고 천막 밖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웃느라 머리를 젖히며, 손목과 발목에 은팔찌를 차고, 눈에는 화장 먹을 바르고 머리카락은 부처꽃으로 물들이고 뺨에는 예쁜 점을 두 개 찍은 여인들, 음식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우유와 대추야자와 하얀 빵과 찬물 한 병에 육반, 거기다가 어느 천막보다도 더 큰 세 개의 천막과, 어느 낙타보다도 빠른 서른세 마리의 낙타와, 어느 여인보다도 훨씬 황홀케 하는 삼백서른세 여인 ― 타에마와 만수르와 아우아의 천막과 낙타와 여자 ― 이것은 그들만의 천국, 베두인 이슬람교도의 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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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떨림과 부드러운 눈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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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는 말한다. 「육체의 기적과 영혼의 기적, 기적이 둘이지만 나는 영혼의 기적만 믿는다.」 시나이 수도원은 영혼의 기적이었다. 삭막한 사막의 한가운데에 지었고, 다른 종교를 내세우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욕심 많은 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수도원은 1천4백 년 동안 첨탑처럼 솟아올라 그것을 포위한 자연과 인간의 힘에 저항해 왔다. 이곳에서는 우월한 인간의 의식이 존재하고, 인간의 미덕이 사막을 정복한다는 자랑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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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어느 날 저녁 흙을 한 줌 먹고 만족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우리들은 만족을 모르는 우리들의 욕망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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