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날이 가까워 오자 나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달콤한 즙이 무르익은 무화과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광경을 보면, 목마르고 굶주린 우리들이 탐을 내며 손을 뻗어 껍질을 벗기고, 껍질을 벗기는 동안 입 안에 침이 고이듯.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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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하찮은 쾌감을 위해 벅찬 욕망을 소모시키고 싶지는 않았나 보다. 우리들은 중대한 순간을 위해 그것을 고이 간직하고 싶었으며, 두 친구가 아니라 원한이 맺힌 적들처럼 화가 난 듯 식식거리며 가슴을 맞대고 움켜잡고는 싸움을 벌일 경기장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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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산, 프실로리티, 드히티, 높은 세 산봉우리들이 솟아오른 크레타는 거품으로 항해해 들어가는 세 돛 범선 같았다. 수많은 젖통이 달린 바다의 괴물 크레타는 파도 위에 반듯하게 누워 햇볕을 쬐었다. 아침 햇살에 나는 그녀의 손과, 발과, 꼬리와, 발기한 젖가슴을 선명하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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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선물로 줄 원숭이는 없었지만 그녀가 가르치는 어느 학생을 통해, 내가 좋아했으며 걸핏하면 물어뜯던 작은 개를 보냈다. 그 개의 이름은 카르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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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눈멀고 사리를 분별치 못하는 야수이다. 젊음은 먹이를 탐하지만 먹지 않고 머뭇거리기만 하며, 발길에 채는 행복을 마음만 먹고 주우면 되는데도 줍지 않고, 샘터로 가서 시간이라는 물을 쓸데없이 흘러 말라 버리게 그냥 내버려 둔다. 스스로 야수인 줄을 모르는 야수 ― 그것이 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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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행복감으로 가득했다. 바로 그 순간 해가 떠올랐고, 신이 손으로 빚어낸 첫날처럼 반짝였다. 사로니크 만(灣)이 광채를 내뿜었고, 아이기나는 멀리 아침 빛 속에서 장미꽃처럼 만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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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호메로스의 말처럼 갈기가 하얀 파도들이 호메로스의 신선한 시처럼 시원하게 물결쳤고, 다른 쪽에서는 기름과 빛이 가득 찬 아테나의 올리브나무와, 아폴론의 월계수와, 모든 술과 노래의 기적을 일으키는 디오니소스의 포도가 펼쳐졌다. 검소하고 건조한 대지에서는 돌멩이들이 햇빛에 장미처럼 붉게 물들었고, 산들은 운동선수처럼 완전히 알몸을 드러내고 쉬면서 평화롭게 햇볕을 쬐며 공중에서 푸르른 나래를 쳤고, 광채가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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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쁨! 처녀의 몸을 지닌 그리스는 파도 속에서 헤엄을 치다가 떠올랐고, 태양은 신랑처럼 그녀 위에 엎드렸다. 바다는 돌멩이들과 물을 길들였고, 물질의 지둔함과 거침을 떨쳐 버리고 본질만을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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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카의 풍경은 이상적인 인간의 특성을 규정 지어서, 건강하고도 보기 좋은 몸매에 과묵하고 피상적인 부유함으로부터 해방되었으며, 힘을 지녔지만 그 힘을 억누를 능력도 갖추고, 상상력을 제한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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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카의 풍경은 뽐내지 않고, 미사여구에 탐닉하지 않으며, 신파조로 기절하는 발작으로 타락하지 않고, 차분하고 힘찬 설득력을 지니며, 해야 할 얘기만 한다.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그것은 본질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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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카를 돌아다니다 보면, 겸손함과 고상함과 힘의 가장 훌륭한 교훈을 대지로부터 얻게 되리라는 예감을 느끼는 순간들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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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맥동(脈動)에 맞는 것은 홀수였다. 홀수의 삶은 전혀 편안하지 않다. 홀수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것을 바꿔 보고, 보태고, 더 밀어 보려고 한다. 그것은 한쪽 발로 땅을 딛고 다른 발은 떼어 떠나려고 한다. 어디로 갈까? 잠깐 멈춰 숨을 돌리고 새로운 추진력을 얻기 위해 다음 짝수로 간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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