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믿으시려나? 정말 신비스러운 일이에요! 여자한테는 절대 아물지 않는 상처가 하나 있단 말이에요. 다른 상처는 다 아물어도 그 상처만은(책에서 하는 말은 무시해요) 절대 아물지 않습니다. 여자가 여든 살이면 뭣합니까. 그 상처만은 벌어져 있습죠.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113

한 여자가 다가와 내 옆에 섰다. 여자 역시 이 작품을 보았는데 마음의 평정을 깨뜨리는 남자와 여자의 영원한 포옹에 감동한 것 같았다. 날씬하고 차림새가 단정했다. 머리카락은 숱이 많았고 턱은 견고했고 입술은 가냘팠다. 성격이 단호하면서도 정열적일 듯한 여자였다. 나는 평소에 여자에게 먼저 말을 걸기 싫어했지만 무엇 때문에 그랬던지 내 쪽에서 먼저 물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116

「이야기하세요, 조르바. 뭐든 이야기해요!」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마케도니아 전체가, 산이, 숲이, 냇물이, 코미타지 게릴라가, 부지런한 여자들과 건강한 사내들이 그와 나 사이의 좁은 공간 가득히 펼쳐지는 것이다. 스물한 개의 수도원과 더불어 아토스 산이 나타나고, 무기 창고가 나타나고, 엉덩이가 펑퍼짐한 그 지방 게으름뱅이도 나타난다. 조르바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수도승 이야기를 끝내고는 큰 웃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두목, 노새 뒷다리와 수도승 앞다리를 조심하시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123

나는 조르바의 말을 들으면서, 세상이 다시 태초의 신선한 활기를 되찾고 있는 기분을 느꼈다. 지겨운 일상사가 우리가 하느님의 손길을 떠나던 최초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었다. 물, 여자, 별, 빵이 신비스러운 원시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태초의 회오리바람이 다시 한 번 대기를 휘젓는 것이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125

「두목, 화내지 마쇼.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소. 내가 사람을 믿는다면, 하느님도 믿고 악마도 믿을 거요. 그럼 온통 그것밖에 없어요. 두목, 그렇게 되면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되고 골치 아픈 문제가 무더기로 나한테 닥쳐요.」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134

「두목, 인간이란 짐승이에요.」 단장으로 자갈을 후려치며 그가 말을 이었다. 「짐승이라도 엄청난 짐승이에요. 두목같이 고매하신 양반은 이걸 모르시겠지. 짐승한테는 모든 게 너무 쉬워요. 거리낄 게 없으니까요. 아니라고요? 짐승이라니까요! 짐승은 사납게 대하면, 당신을 존경하고 두려워해요. 친절하게 대하면 눈이라도 뽑아 갈 거요. 두목, 거리를 둬요! 놈들 간덩이를 키우지 말아요. 우리는 평등하다, 우리에겐 똑같은 권리가 있다, 이따위 소리는 하면 안 돼요. 그러면 당신에게 달려들어 당신 권리까지 빼앗을 거예요. 당신 빵을 훔치고 굶어 죽게 내버려 둘 거요. 정말이지 두목을 위해서 충고하건대, 거리를 둬요!」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131

나는 해변에 엎드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 오래지 않아 나는 밤과 바다와 하나가 되었다. 내 마음은 꼬마 등불을 켜고 축축하고 어두운 대지에 숨어 기다리는 반딧불 같았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133

붓다에서 벗어나고, 나의 모든 형이상학적인 근심을 언어로써 털어내 버리고, 헛된 번뇌에서 내 마음을 해방시킬 것.


지금 이 순간부터 인간과 직접적이고도 확실한 접촉을 가질 것.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직 그렇게 늦은 건 아닐 거야.」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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